지친 그대에게 선물하는 따뜻한 일러스트 한 장

전경환 기자l승인2016.12.06l수정2016.12.07 00:53l1420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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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 만나요 ■ 이원익 일러스트레이터
 

<Prologue>“당신에게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고 남들보다 늦었다 자책하지 말길. 가로등의 불빛은 그런 밤이 되어서야 세상을 환하게 비추기 마련이니까.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 지친 청춘의 심금을 울리는 메시지를 일러스트에 담아내는 이원익(24) 일러스트레이터. 감성적인 비유와 절묘한 표현, 뚜렷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그의 일러스트 한 장은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지난달 28일, 이 씨가 아이디어를 스케치한다는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봤다.
    

▶ 이원익이 아닌 익킨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으로 말하고 싶어서다. 대부분 사람은 입으로 뜻을 전하지만, 수화로 말을 전하는 사람도 눈빛으로 뜻을 전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이원익’이라는 사람의 삶으로는 또래 청춘과 같이 비속어도 사용하고 음주도 즐기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으로 지낸다. 하지만 ‘익킨’의 삶에선 감성적인 그림으로 또 다른 내 모습을 표현하고, 깊은 내면을 수면 위로 드러낼 수 있게 된다.

▶ 익킨은 어떤 의미인가.
이원익의 ‘익’과 치킨의 ‘킨’을 합쳤다. 치킨처럼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안주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가명으로 정했다. 술 마실 때 안줏거리로는 다양한 사람의 삶 이야기가 제일이지 않나. 이처럼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며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렇게 지난 2013년, 익킨 페이스북 페이지에 일러스트를 올리기 시작했다.

▶ 3년간 꾸준히 일러스트를 그려왔다. 어려움은 없었나.
아이디어 고갈이 가장 큰 장벽이다. 하지만 이런 고통은 창작자라면 누구에게나 해당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생각하는 자세를 갖는다.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는 얘기들까지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는 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지만, 이제껏 한 번도 그림을 쉬어본 적은 없다.

▶ ‘청춘’, ‘공감’을 모티브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가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연령대가 다양하지 않다. 현재 20대 중반을 달리는 시점에서 어떻게 30대, 40대, 50대의 마음을 알겠나.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 꾸밈없는 진솔함, 또래와 대화하는 듯한 편안한 느낌으로 일러스트를 그린다.

▶ ‘흙수저’ 일러스트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세라믹디자인 전공자답게 도자기를 아이템으로 사용했다. 의도와 달리 해석하는 사람도 많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았다. 서운하다면 서운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더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싶다. 또한 그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 부분도 있었다.

▶ 페이스북 페이지가 17만 팔로워를 기록했다.
SNS는 광장이다. 어떤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사람도 있지만, 스쳐 가며 보는 사람도 있다.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막을 권한은 없다. 그건 그 사람의 권리이자 표현의 방식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오가는 만큼 서로 간의 예의는 지켜줬으면 한다. 물론 예의를 권유하는 거지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권유하는 것도 나의 생각일 뿐, 받아들이고 말고는 구독자의 몫이다.

▶ 일러스트 에세이 『비상』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요즘엔 베스트셀러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순위의 오르내림이 많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 활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후에는 오르내림이 없는 유명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아직 출발 선상에 서 있는 상태로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됐다.

▶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를 원한다’는 작품이다. 지인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되도록 사적인 일과는 작품으로 넣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작품은 사적인 일과와 가장 흡사한 작품이다. 더불어 첫 번째 한 장짜리 일러스트이기에 더욱 마음이 간다. 많은 청춘으로부터 이 작품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얘기를 접하기도 했고, 메시지와 댓글을 통해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했다.

▶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힘든 사람을 위로하려면 내가 먼저 힘들어야 한다. 내가 힘들어야 다른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지 않나. 다른 이들의 고통을 모른 채 그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그들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좀 더 슬픈 곳에서의 좀 더 우울한 생각, 깊은 부분을 공감해주기 위해 아픈 곳에 다가가고자 한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소통하고 싶다.

▶ 작품 활동과 대학생활 병행, 힘들지 않았나.
2014년에 학업을 포기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운 것이 많다. 대학생활 속 인간관계에서 겪었던 대화, 생활, 감정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작품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다. 또한 다시는 경험해보지 못할 20대 청춘들과의 동고동락 속에서 감성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다. 대학을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성인으로서의 인식이 이곳에서 길러졌다.

▶ 일러스트레이터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흐름을 읽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입시 미술을 치르고 있는 고등학생의 그림을 보며 놀란 적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냥 잘만 그려서는 뜰 수 없는 사회다. 간단하고 가벼우면서 흐름을 짚을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손을 쉬게 해서는 안 된다. 작업을 쉬기 시작하면 흐름을 놓치기 마련이다.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둔감해지지 않도록, 계속 움직여야 한다.

▶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림을 안 숨겼으면 좋겠다. 자신의 그림을 창피해하는 친구가 많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울 수는 있지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여주지 않아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SNS든 공모전이든, 하다못해 주위 사람들에게라도 알려라. 못 그려도 좋다. 나를 표현하려고 힘써라.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지개의 시작은 빨간색이다. 일러스트를 한 장 올리면 많은 사람이 가지각색의 의견을 표출하며 덧대어진다. 이야기, 비판, 의견 등이 한 공간에 조화를 이루며 무지개가 된다고 생각한다. 일러스트를 그려 올리는 것이 다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댓글과 의견이 덧대어지며 완성되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작품에서 그들에게 빨간색을 던져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

▶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대학생활을 망나니처럼 보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손은 결코 쉬지 않았다. 이것이 강력한 무기가 됐다. 좋아하는 것 하나만큼은 잊지도, 멈추지도 마라. 그것만 멈추지 않는다면 다른 부분에서는 한눈을 팔아도, 잠시 쉬어도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조금씩이라도 나아간다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를 것이다. 즐기고 싶다면 즐겨라. 하고 싶다면 해라. 다만 좋아하는 하나만큼은 절대 멈추지 마라.


<Epilogue>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그에겐 누가 위로를 건넬까? 궁금한 마음에 조심스레 질문하자 빙그레 웃으며 망설임 없이 “위로가 위로를 만드는 겁니다. 제가 그려낸 그림들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댓글을 볼 때 무엇보다 큰 위로를 받아요.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혼자가 아닌 것을 깨닫는 순간이죠”라고 답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공감과 위로에 대해 생각해본다.


전경환 기자  3215403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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