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인권 이야기 9. 반려동물의 권리
우리가 몰랐던 인권 이야기 9. 반려동물의 권리
  • 단대신문
  • 승인 2017.03.07 19:04
  • 호수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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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통해 보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모습
▲ Insight of GS Caltex

네덜란드를 생각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풍차, 튤립, 자전거, 운하 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론 네덜란드인들의 반려동물 사랑을 꼽고 싶습니다. 네덜란드는 인구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합니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 사람들의 반려동물 사랑은 유럽에서도 유명합니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반려견과 함께 이용하고, 카페나 식당에서도 반려견과 함께 있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곳입니다. 또한 거리 곳곳마다 반려견의 용변처리를 위한 휴지통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에선 주인이 없는 떠돌이 개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반려견을 기르기 위해선 반드시 해당 시청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했고, 키우던 개를 유기하거나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엔 최대 2천만원 가량의 벌금을 매기는 등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정책이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바로 ‘애견세’입니다. 즉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선 세금을 내야 하는데요. 그 금액은 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헤이그의 경우 반려견 한 마리를 키우려면 일 년에 128유로, 우리 돈 15만원을 세금으로 냅니다. 한 마리 이상일 경우, 두 번째 마리부터는 연간 각각 25만원을 세금으로 내도록 규정했습니다. 적은 금액은 아니죠. 그런데도 반려동물 수가 많은 까닭은,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와 사회 공감대가 오랫동안 뿌리 깊게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선 주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인식이 이미 오랫동안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례로, 필자가 살던 로테르담의 아파트에도 여러 마리의 반려견들이 있었는데요. 주인들은 대부분 보통 아침에 한 번 그리고 저녁에 한 번 하루에 최소 두 번 이상은 반려견과 산책을 나갑니다. 산책할 때도 지정된 공원이나 장소 외에는 반려견에게 반드시 목줄을 해 걷게 합니다. 위반 시에는 벌금도 물어야 합니다. 벌금 때문이라기보다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러한 규칙을 반려견을 키우는 기본예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책예절은 주인뿐만 아니라 다른 보행자들도 지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길 반대편에서 강아지를 만났다고 해서 쓰다듬거나 주인의 양해 없이 먼저 다가가 만지는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합니다. 아기가 예쁘다고 엄마의 양해도 없이 함부로 만진다면 기본예절도 모르는 무례한 사람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반려견도 같은 이유입니다.


또 벌금이나 특별한 규정이 없어도 반려견을 절대 집에 혼자 두고 장시간 외출하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반려견과 함께 이동하거나 장시간 외출할 경우 관리센터에 맡기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려견은 또 하나의 가족이며, 반려동물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문화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라고 합니다. 인구 5명 중 1명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무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난 지 생후 30~40일쯤 되는 강아지를 인터넷 분양업자에게 파는 일이나, 휴가철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뉴스를 볼 때면 아직도 반려견을 하나의 소장품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2013년 유니세프가 세계 29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아동, 청소년 행복지수 보고서에 네덜란드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의 권리까지도 보장하는 나라가 곧 인권이 보장받는 성숙한 시민사회가 아닐까요?


오규욱 인권 칼럼니스트 kyuwoo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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