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현수막’으로 얼룩진 졸업식
‘성희롱 현수막’으로 얼룩진 졸업식
  • 김태희 기자
  • 승인 2017.03.07 19:06
  • 호수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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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여론 싸늘… “성을 희화해 재미를 찾는 것 자체가 수준 낮은 발상” 반복되는 성관련 문제, 성의식 개선 필요

우리 대학 천안캠퍼스 ‘백의’ 총대위원회가 선정적인 문구가 적힌 졸업 축하 현수막을 걸어 교내외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 내에서 성 관련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성의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당 사건은 네이버의 한 블로거를 통해 공론화되기 시작했으며 주요 언론에서 ‘성희롱 현수막’, ‘여성비하 현수막’으로 보도 되면서 일파만파 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백의 총대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단국대학교 대나무숲’에 공식 사과문을 개제했다. 백의 총대의원회는 사과문을 통해 “조금 색다르고 재미있게 제작해보고자 한 것을 생각없이 과장하여 제작한 것 같다”며 “기쁘고 즐거워야할 졸업식에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백의 총대위원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최진호(물리학과?17졸) 의장이 자필 사과문을 개제했다. 최진호 의장은 “저를 포함한 네 명의 졸업생들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제작한 현수막으로 인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하여 재학생, 졸업생 그리고 학교 관계자분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로 인한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학생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재학생들은 현 사건에 대해 “학교를 대표하는 총대라는 사람들이 학부모, 외부인까지 참석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학교를 망신시켰다”, “성을 희화화 하며 재미를 찾는 것 자체가 수준 낮고 잘못된 발상” 등과 같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관련 학생들을 중징계나 형사처벌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부터 28일에는 관련 학생들의 징계·처벌에 관한 재학생들의 연대 서명 운동이 이뤄졌다. 서명 운동에는 죽전·천안캠퍼스 학생 260명이 동참했다. 참여 학생들은 지난 28일 학교 측에 제출한 징계요청서를 통해 △책임자규명 및 사과 △직위 취소를 통한 총대의원회 경력 백지화 △관련자 전원의 학내 자치기구 선거권 및 피선거권 박탈을 주장했다. 


이설아(문예창작·3) 씨는 연대 서명에 참여한 계기에 대해 “학우들의 분노는 치솟았는데, 이대로 가다간 사건이 유야무야 끝날 것 같았다. 일반 학우들의 분노를 효과적으로 학교와 총대 측에 표출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게 됐다”며 “많은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동참해주었기에 효과적인 압박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7일에는 관련 학생들의 징계논의를 위한 학생지도위원회가 소집됐다. 이번 학생지도위원회에서는 관련인 처벌과 징계의 수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사건 처리에 관한 확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학생지도위원회는 3월 중으로 다시 소집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대학가에 왜곡된 성인식으로 인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어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서울 소재 A 대학의 경우 총학생회장이 여학생을 꽃에 비유하고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사건의 당사자는 지난달 28일 열린 ‘2017년 상반기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사퇴 권고안을 받은 상태며, 충주 소재 B 대학에서는 성차별 언행 및 성적인 접근 등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실리기도 했다.


우리 대학 양성평등연구소 유현실 소장은 “최근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성관련 사건들은 지극히 낮은 성의식,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떠한 피해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성찰의 부족이 주된 원인”이라며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학내에서 이러한 행위가 수용되지 않는다는 집단문화를 반드시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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