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글쓰기’ 신동진 작가 : 본연의 색깔로 자신만을 글을 풀어내다
‘기자의 글쓰기’ 신동진 작가 : 본연의 색깔로 자신만을 글을 풀어내다
  • 김태희 기자
  • 승인 2017.03.07 19:08
  • 호수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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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글쓰기’ 신동진(38) 씨

<Prologue>

자기소개서, 시험지 답안, 보고서 등 굵직한 글부터 SNS에 전하는 사소한 근황까지. 일상생활과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하지만 익숙함과는 달리 글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누구나 한 번쯤 글쓰기라는 장벽 앞에서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고민을 같이 이야기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이가 있다. 바로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 1만7천 개에 달하는 ‘기자의 글쓰기’를 운영하는 신동진(38) 씨다.
글쓰기 지진아였던 그가 어떻게 남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글쓰기 달인이 될 수 있었을까. 지난달 8일 낙성대역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삶과 글쓰기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대상자의 요청에 따라 기자 경력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 현재 ‘기자의 글쓰기’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
2014년 11월 26일 처음 페이지를 개설하여 이제 2년을 갓 넘겼다.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이야기하는 페이지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글쓰기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 고민해야 하는지, 글을 쓸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본인의 글쓰기 스타일을 찾아가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장이라고 보면 된다.

▶ 페이지 운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주변에서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페이지 운영을 제안 받았고 이를 계기로 처음 시작하게 됐다. 되돌아보면 기자 생활 중에도 글 쓰는 일은 참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주고 싶었다.

▶ 꼭 필요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글쓰기다.
방법을 잘 몰라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오랜 기간 고민하고 체득한 결과물을 공유하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기자로서 가지고 있는 신념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이다. 그래서 페이지 운영에 더 공을 들였다. 단 한 명이라도 페이지를 통해서 도움을 받는다면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 공대를 졸업하고 기자가 됐다. 전공과 상관없는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의 진로가 너무 식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공에 관해 항상 고민이 많아 실제로 3학년을 마치면서 다른 학과의 제 1전공 수업을 들을 정도였다. 고민하던 중 행정학과 수업에서 한 교수님을 만났다. 당시 교수님이 언론에 대해 많이 가르쳐주셨다. 교수님 덕에 언론에 대해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 

▶ 스스로를 글쓰기 지진아라고 표현했다. 글을 쓸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공대생으로서 겪었던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아예 글을 쓰지 못 했다. 기사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머릿속에 하얘졌다. 르포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박스 기사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하나도 잡히는 게 없었다. 그전까지 글에 대한 틀을 잡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보도 자료의 구성을 베껴 제출했던 기억이 난다. 

▶기자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처음 담당했던 기사가 200자 분량의 간단한 기사인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당시 그런 고생을 안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고생한 만큼 성장한다. 당시에는 구박했던 상사, 선배가 원망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어려움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나갔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가.
우선 주말마다 기자실로 출근했다. 그리고 주요 언론사의 신문을 모두 꺼내 같은 사건의 기사가 어떻게 나왔는지 분석했다. 한 달 정도 반복하니까 차츰 글의 구성이 보였다. 또 주변 선배들의 말대로 좋은 기사를 필사했다. 일주일 중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잘 쓴 글을 뽑아 분석하고 필사를 반복했다. 5개월을 계속하니 그제서야 글의 구성과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고 실력이 느는 게 느껴졌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성장했던 시간이기도 하다.
 
▶ 필사가 글쓰기 실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항상 의문이 들었다. 정말로 큰 효과가 있는가.
단순히 베껴 쓰기만 하는 필사는 의미가 없다. 필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타이핑하며 필사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글로 쓰면서 필사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필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면서 어떤 부분이 좋은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타이핑으로 필사를 하다 보면 딴생각이 들기 때문에 손 글씨로 필사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본인만의 필사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페이지 운영을 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다. 본업과 충돌해 힘들지는 않은가.
그렇지는 않다. 페이지에 올리기 위해서 따로 고민하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 생활 속에서, 취재하면서 느낀 점을 그날의 주제로 삼기 때문이다. 내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듣는 이의 입장에서도 공감하기 어렵다. 의무감에 쓴 글은 독자의 감동을 반감시킨다. 

▶ 글쓰기에 대해 느끼는 바가 남다른 것 같다. 본인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쓰기는 나에게 일이라기보다는 취미와도 같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글을 통해 풀어낸다. 글을 쓰다 보면 머릿속에 엉켰던 문제가 풀리기 시작하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글 쓰는 것의 이로움을 잘 알기 때문에 본인은 많은 글을 쓰려고 한다. 또 타인이 내 글에 공감할 때 느끼는 희열도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계속 글을 쓰게 된다.

▶ 글쓰기 노하우를 짧게나마 설명해준다면.
세상에 가장 좋은 글쓰기 교본은 본인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본인이 느끼기에 좋은 글이 가장 좋은 글이다. 글을 보는 눈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본인이 읽었을 때 가장 좋은 글이면, 그 글 분석하고 따라 써보고 읽어보라. 그러면 어느 순간에는 그 글이 아니라 다른 글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실력을 늘려가는 것이다. 글에는 정답이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이유가 이러한 이유이다.

▶작년 10월에는 책도 출간했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그때의 심정을 설명해줄 수 있는지.
책을 본 순간 그동안의 힘들었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책을 칭찬해주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정말 기쁘다. 도움이 되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쓴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이다.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이지만 흰색이고 싶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답답하고 힘들 때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파란색만이 줄 수 있는 그런 시원함이 있다. 흰색이고 싶은 이유는 깨끗하게 살고 싶은 내 소망 때문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항상 괴리가 있다. 완벽한 흰색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흰색이고 싶은 마음속의 욕구는 항상 존재한다.

▶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굳이 굴레에 나를 껴 맞추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라.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말인데, 한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있다. “실패한 인생은 성공한 삶이고 후회하는 삶은 실패한 삶이다”라는 역설적인 말이다. 만약 도전하지 않고 굴레에 얽혀 산다면 끊임없이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도전했고 실패했다면 미련이 없다. 오히려 목표를 수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한 삶이 되는 것이다. 물론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pilogue>

결국 사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다. 하다못해 글조차도 내 눈으로 바라봤을 때 좋은 글이 가장 좋은 글인데, 삶은 어떠하랴.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굴레에 갇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공이라는 굴레, 타인의 시선이라는 굴레, 사회적 인식이라는 굴레. 이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보는 법을 잊게 한다. 
다른 모든 것들은 잠시 잊고 ‘나’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럼,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보이기 시작할 테니까.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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