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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0회 대학문화상 가작 수상작> 단대신문l승인2017.03.07l142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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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로만 이루어진 거울이 있다면 그것은 거울일까, 로 시작하는 글을 쓴다 우체통의 그림자 택시처럼 달려 나가는 밤, 깜빡깜빡 점멸하던 등이 꺼진다
오늘도 로터리에서는 교통사고가 났다 등교하던 아이들은 뜯어 먹힌 고양이 시체를 보았고 몇 명의 청년들 자전거를 타다 가드레일을 넘었다 아무 일 없는 창밖으로
네온사인이 들어와 반쪽짜리 얼굴을 가린다, 연필을 감춘다

 

손목을 부러뜨린 노파 말했던가 전생에서 나는 거미줄에 걸려 죽은 거미였다고, 그 어깨에만 사박사박 눈이 쌓였다 우표 같은 송곳니가 무거워 눈을 감았는데 유배된 검음처럼 하염없이 빛은 쏟아지고
어김없이 네가 문을 두드린다, 입 안 가득 소금을 우물거리며
먼지로 태어나면 손에 잡히기 딱 좋지

 

어느 날엔가 밥상에 고등어가 올라왔다 키친 타올 대신 연애편지를 깔았다 처음이라는 여자와 몸을 섞었고 낡은 잠바 속 본적, 별이 되어 기울었다 질긴 거미줄 조각조각 구멍 뚫린 주머니로 쏟아지는데 여전히 거기 걸린 거미 한 마리
배가 부푼다
이마를 두려움 없이 넘기는 사람들 속에서
수신인 없는 편지를 여럿 썼지만 남아있지 않다, 저녁노을이 백여든두 번째 포크레인을 몰고 돌아온다 몽당이 된 연필의 이름을 떠올리다

 

무음이었으면 좋겠다고
입술 벌린, 너의 첫 숨 영원히 새벽이었으면 좋겠다고


정가온 (문예창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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