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10. 북한 근로자들의 인권
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10. 북한 근로자들의 인권
  • 단대신문
  • 승인 2017.03.14 13:24
  • 호수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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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개조건은 근로자들의 노동권 보장
▲ 출처: www.redian.org

이전 칼럼을 통해 ‘노동권’에 대해 다룬 적이 있죠. 그런데 이번에 다시 노동권을 언급하는 까닭은 바로 개성공단 때문입니다. 최근 대선주자들 사이에 개성공단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공단 재개에 대해선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일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2321호)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고 있습니다. 금융제재를 피하고자 근로자들의 임금을 현금이 아닌 현물로 제공하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발상은 안보리 결의안만 피하면 국제노동 기준은 무시해도 된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착취당했다는 사실입니다. 2015년 기준 개성공단 근로자의 1인당 임금은 월 73.87달러였습니다. 참고로 폴란드 내 북한 용접공 한 달 임금이 약 670달러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개성공단보다 더 ‘값싼’ 노동자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값싼 임금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문제는 근로자들 스스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월급명세서조차 받았는지 확인된 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공단폐쇄 이후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정권에 자금이 흘러들어 갔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정부뿐만 아니라 고용주조차도 북한 근로자들이 실제로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수령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했습니다. 이는 모든 북한 근로자들이 고용주로부터 월급을 직접 받지 않고, 북한 인력알선업체가 대신 수령해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지난해 폴란드 내 북한 파견근로자들의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폴란드 내 북한 근로자들의 채용 및 운영 방식이 개성공단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사실입니다. 폴란드 내 북한 근로자들은 계약서상으론 모두 폴란드 현지기업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 인력알선업체가 관리합니다. 월급도 전부 북한 현지 관리자가 총괄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개성공단의 실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개성공단 내 기업경영 활동은 북측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법’ 및 ‘노동’ 규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들의 채용 및 관리도 모두 북한 인력알선업체가 담당합니다. 즉 남측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북한 현지 업체에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납부하고, 그 후 실제로 근로자들이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받게 되는지 관리할 책임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의료혜택 및 보험 규정도 모두 북측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입주기업들은 근로자 임금의 15% 정도를 사회보험료 명목으로 북측에 납부만 했을 뿐, 만일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당해도 어떤 보상을 받는지는 미지수입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노동권 침해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 정부는 ‘개성’이란 정치·경제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며  북한이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이 아니므로 국제노동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 정부가 간과한 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한도 주요 국제인권조약의 가입국이란 사실입니다. 특히 북한이 비준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위한 국제협약(ICCPR) 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위한 규약(ICESCR)에는 노동삼권을 포함한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 및 국내 언론은 북한 해외 파견 근로자들의 실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5만명 이상의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해선 침묵했습니다. 만약, 북한 근로자들의 근로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개성공단을 재개할 경우,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이중 잣대’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선결 조건은 북한 근로자가 자신들의 임금, 근로시간 및 조건이 명시된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부터가 아닐까요?
 
오규욱 인권 칼럼니스트 kyuwoo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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