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강자에게 강한 벌금인가

평등을 위하여 남성현 기자l승인2017.03.14l수정2017.03.14 15:11l1422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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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진 (환경자원경제·4)

한국의 벌금 제도는 같은 죄에 대해 같은 벌금을 부과하는 총액 벌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개인의 소득 차를 고려하지 않고 죄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한다. 반면, 스웨덴, 핀란드, 독일 등에서 채택한 ‘일수(日收)벌금제’는 개인차를 고려하여 소득 및 재산에 따라 차등적으로 벌금을 부과한다.


총액 벌금제의 한계점으로는 벌금이 소득이 적은 누군가에게는 가혹하지만, 고소득자나 재벌에게는 껌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죄임에도 불구하고 소득에 따라 체감하는 벌금의 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총액 벌금제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지 못하고 형식적 평등만을 가져올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파하고자 1992년부터 일수벌금제는 꾸준히 논의됐다. 이 법안은 25년을 끌어온 만큼 찬반의 대립이 팽팽하다. 법안 찬성 측은 현재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각종 전산처리시스템의 구축으로 인해 개개인의 재산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개개인에게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벌금을 부과하여 실질적으로 평등한 형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이론적으로 개인의 소득에 비례하여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형벌효과에 대한 형평성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적인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이 제도가 과연 예상대로 제대로 시행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필자는 의문이 든다.


앞서 언급한 일수벌금제를 시행 중인 스웨덴, 핀란드, 독일과 같은 선진국은 정부가 국민이 가진 재산에 대한 모든 내역을 알고 있을 정도로 국가와 국민 모두가 재정에 관해서 투명하다. 이와 같은 사회적 기반이 마련된 나라는 이 제도가 가지는 장점을 충분히 살려 범법자의 근절과 형벌효과의 실질적 평등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안타깝게도 선진국만큼 정부가 국민의 재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 있다. 그 이유는 한국경제의 많은 부분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거대한 지하경제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소득이 드러나는 ‘유리 지갑’을 가진 일반 노동자들의 경우, 벌금을 소득에 비례하여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 노동자를 제외한 나머지, 지하경제를 이루는 많은 사람은 오히려 동일한 죄를 지어도 전보다 벌금이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의 경제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재벌과 고소득자를 향한 벌금 폭탄만을 생각하여 제도를 무리하게 시행한다면 오히려 선량한 일반 노동자들이 더욱 가혹한 벌금 폭탄을 맞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형벌에 대한 실질적인 평등을 실현하고자 했지만, 형식적 평등조차 무너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단 것이다. 즉, 일수벌금제는 대한민국이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서 훗날 필요한 제도이지만 지금 당장 이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남성현 기자  PDpot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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