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1. 대통령 탄핵선고의 순간
장미대선 1. 대통령 탄핵선고의 순간
  • 남성현·이시은 기자 정리=김태희 기자
  • 승인 2017.03.14 20:44
  • 호수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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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헌나 1’, 대한민국 역사의 한 획을 긋다.

지난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과 함께 대통령 선거가 60일 이내에 치뤄진다. 이에 본지는 오는 대통령 선거까지 우리가 유심히 지켜봐야 할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르포를 기획했다. 이번 헌법재판소 현장 르포를 시작으로 2편 환경 문제, 3편 외교 문제, 4편 자살 문제, 5편 북한 문제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르포 기획을 통해 차기 대선이 정책 중심 선거로 진행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 <필자 주>

▲ 안국역에 붙은 집회 안내 표지판

● 9시 안국역, 역사의 현장에 도착하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안국역 헌법재판소로 향하길 2시간, 드디어 도착한 안국역 역사 안에는 집회에 가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하철 개찰구를 나서는 순간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둘로 갈린 집회 안내 표지판이다. 한 쪽은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하는 탄핵 찬성 집회로 향하는 길이고, 다른 한 쪽은 탄기국이 주최하는 탄핵 반대 집회이다. 

시작부터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곳은 국론 분열과 혼란 속에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한 채 기자들 역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자의 길로 향한다. 
 

▲ 안국역 부근 대로변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수많은 인파들
▲ 탄핵 찬성 측의 피켓문구

 

 

 

 

 

 

 

● 10시 같은 장소 그리고 서로 다른 목소리 

경찰차벽을 사이에 두고 진행된 각각의 집회는 질세라 서로의 목소리가 커진다. “촛불이 민심이다! 헌재는 탄핵하라!” 지하철역 입구에서부터 힘찬 구호와 함성소리가 들린다. “종북을 척결하라! 탄핵을 각하하라!” 태극기를 손에 든 인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집회의 열기는 11시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뜨거워진다.

▲ 탄핵 반대측의 피켓문구

11시,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가 시작되자 일순간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의 적막이 흐른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과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 모두의 시선은 스크린을 향한다. 

 

▲ 탄핵 인용 이후.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

● 11시 탄핵 인용, 그들의 엇갈린 순간  

“피청구인의 법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주문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탄핵 인용 축하 퍼포먼스

역사에 한 획이 그어지는 순간이다. 탄핵 찬성 집회에 찬성한 사람들 모두가 환호하고,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촬영을 하던 방송사, 신문사 기자들 역시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기자의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그 순간 그곳에 있던 모두는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지난 힘겨웠던 132일의 여정, 촛불 민심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다.

▲ 안국역 도로를 가득 메운 반대 집회 참석자들

촛불 시민들이 환호와 기쁨을 만끽하는 그 시각, 탄기국에서는 어색한 적막만이 흐른다. 순간, 누군가가 침묵을 깨고 고함을 지른다. “탄핵이 인용됐다! 다 죽여 버리자!” 도화선에 불이 붙듯 곳곳에서 욕설이 터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분노의 물결이 장내를 잠식한다. “지금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대한민국과! 우리 애국주의를 모독한! 모든 기자와 네티즌 전원 색출작업에 들어갑니다!” 방향 잃은 증오의 화살이 무고한 사람들에게로 겨눠지는 순간이다.

▲ 경찰차 위를 점거한 반대 집회 참석자들

● 12시 민주주의의 승리, 그 길고 긴 여운
이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노미 상태. 탄핵 인용 이후 탄기국은 명백한 폭력집회로 돌변한다. ‘기자’로 지목된 사람들에게 가해진 집단폭행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경찰차벽을 뚫고 헌재로 돌진하려는 군중들은 경찰버스에 올라타거나 밧줄을 매달아 당기고 훼손하는 등 공공기물을 닥치는 대로 훼손한다. 결국 오후 3시 경, 서울종로지방경찰청은 탄기국의 탄핵 반대 집회를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 경찰과 대치 중인 탄핵 반대집회 참석자들 (출처 : 뉴시스)


반면, 비상국민행동 측은 탄핵 인용의 여세를 모아 광화문을 향한 행진을 시작한다. 행진하는 내내 거리는 환호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광화문 광장에 모여서 촛불을 나누는 사람들, 그들은 촛불을 통해 희망을 나누었으며 그 희망은 불길이 되어 기적을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나아가야할 앞길은 지금까지 왔던 길보다 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촛불이 모여 기적을 만들었듯, 지금 이 순간 광화문을 메운 희망의 불길이 번져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테니까.

 

남성현·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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