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보는 한국과 헝가리의 교류사

2. 한국인이 일본인 보다 더 귀족적이라고 보았던 헝가리 민속학자 장두식(일반대학원 초빙교수)l승인2017.03.14l수정2017.03.15 10:24l142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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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은 낯선 것이고 낯선 것은 언제나 가치판단을 수반한다. 근대 유럽인들이 제3세계를 여행하면서 기록한 수많은 여행기는 모두 다 그들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에드워드 W. 사이드가 고안한 ‘오리엔탈리즘’이란 담론에 의해서 문명·야만이란 이분법이 그들의 여행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초 한국을 방문한 유럽인들은 이러한 이분법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재단했다. 


그런데 1929년 부다페스트에서 『코리아,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민속학자 버라토시 B. 베네데크였다. 서문에서 ‘전 세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보다 더 알려지지 않은 나라와 민족’에 대해 소개한다고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낯선 한국에 대한 여행기이다. 이 책이 주목받는 것은 유럽에서 발간된 기존의 여행기들하고는 전혀 결이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는데 있다.
헝가리에는 이미 1892년 선원 가슈빠르 페렌츠가 쓴 『4만 마일을 돛과 증기선으로』란 책이 출간돼 있었다. 다른 여행기들처럼 이 책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지저분하고 추잡스러운 나라’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버라토시는 가슈빠르가 그런 모습을 ‘대체 어디서 보고 그런 글을 쓴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버라토시의 책에는 유럽에 잘못 알려진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한국인들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 목욕을 안 한다는 비판은 ‘한국 아낙네들의 일과 중 가장 큰 일이 빨래인데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면 왜 빨래를 하는 가’라고 반문한다. 여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은 머리를 감고 향기 나는 기름을 발라 머리모양이 단아하고 윤기가 나는데 일본여자들이 머리를 고정하기 위해 바르는 헤어 젤의 고약한 냄새와 비교가 된다고 기술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중국인과 일본인들 보다 순수하고 정직하며 귀족 같다고 여러 번 언급하기 까지 한다. 


버라토시는 일제가 발행한 홍보물에 담긴 교활한 의도도 간파했다. 홍보물에는 2장의 사진이 나란히 게재되어 있는데 한국의 옛날 관아와 현대식 관공서 건물, 낡은 나룻배와 철제 다리, 베틀 짜는 여인과 방직공장 등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비교함으로써 한반도 강점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문명·야만이라는 서구적 이성주의에서 벗어난 그의 투명한 시선은 식민지 한국인들의 건강함을 통찰하고 있는 것이다. 


버라토시의 한국 예찬은 헝가리인들이 먼 옛날 한국, 만주, 몽골인들이 같은 땅에서 살았기 때문에 친족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투란이즘(Pan-Turanianism)과 합스부르크의 지배하에 독립투쟁을 벌였던 역사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책의 말미에서 그는 일제가 영원히 한국을 강점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며 결국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장두식(일반대학원 초빙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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