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11. 인권재판소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립의 필요와 가능성 단대신문l승인2017.03.21l수정2017.03.21 11:01l142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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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www.express.co.uk

“명예훼손 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언론인 김 모 씨가 최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아시아 인권재판소는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권재판소 재판부는 전원 합의 판결문에서 한국 법원이 김 씨와 동료 기자 2명에게 내린 벌금형이 아시아 인권협약 제10조에서 정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이것은 진짜 판결문이 아닙니다. 한번 가정해 봤습니다. 만약 아시아에도 유럽이나 아메리카처럼 인권재판소가 있다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상상해봤습니다. 아직 인권재판소가 생소한 독자들도 있겠지만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 모두 이미 해당 지역을 포괄하는 인권재판소가 있습니다. 인권재판소는 국가를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인권을 보장하고, 국제인권협약의 준수를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경우 유럽 47개국, 8억명 이상의 인권을 보장하는 사법 기구입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고, 개인청원권을 통해 자국 내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 시민을 구제하며 잘못된 재판결과를 바로잡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권구제 역할 때문에 아시아에도 인권재판소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립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가 간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권재판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권재판소가 존재할 경우 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습니다. 재판소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보장할 보편적 인권과 자유의 범위를 정하는 협약을 정하고, 회원국들이 승인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참고로 유럽의 경우 1950년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협약’을 체결하고, 이 협약에 근거해 9년 후 인권재판소를 설립했습니다. 유럽이 다른 지역보다 먼저 인권재판기구를 설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1, 2차 세계대전의 경험이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나치로 인해 경험한 참혹한 인권유린의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권재판소가 필요하다는데 모든 유럽국가들이 공감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시아는 유럽과는 달리 종교적, 문화적 공통분모가 적고 국가 간, 지역 간 경제적 규모 차이가 커서 과연 이러한 합의가 쉽게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또한 인권재판소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만약 인권재판소가 개별국가의 정책과 법률에 반대하는 판결을 할 경우, 해당 국가가 이를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죠.

유럽 내에서도 인권재판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국의 재소자 투표권 제한에 대한 판결입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영국 재소자 1,000여 명이 공동으로 낸 소송에서 ‘영국 정부가 교도소 재소자의 선거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자유로운 선거권을 규정한 유럽 인권협약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참고로 영국은 재소자의 선거 참여를 법으로 막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보수진영에선 큰 반발이 일었고, ‘유럽인권협약’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또한 유럽인권재판소는 매년 늘어나는 소송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재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유럽인권재판소가 가장 완성된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인권재판소가 갖는 상징성과 가치 때문입니다. 오늘날 많은 법학자가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를 주목하는 이유는 재판소가 다양한 판례를 통해 시대와 사회적 변화를 담아낼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해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통령 탄핵’이란 역사적인 판결을 이끌어 낸 헌법재판소에 국민들의 이목이 쏠려 있는데, 이 기관이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립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오규욱 인권칼럼니스트  kyuwoo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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