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해 세상을 디자인하다

마인드 디자이너 김진부(31) 씨 이상은 기자l승인2017.03.21l수정2017.03.21 12:41l1423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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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얼마 전부터 드라마나 영화에 ‘심리’ 라는 단어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닥터프로스트>나 <하이드 지킬, 나>처럼 사람의 심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 심리학과 더불어 마술과 최면을 이용해 창직에 나선 이가 있다. 영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2014년 국내 1호 마인드 디자이너로서 첫발을 내디딘 김진부(31) 씨. 하지만 탄탄대로가 펼쳐질 거라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4일 혜화역의 한 카페에서 마인드 디자이너가 어떤 직업인지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 스스로성장할 수 있는 일을 택하는 용기”


▶ 국내 1호 마인드 디자이너이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
마인드 디자이너를 처음 듣는 사람은 이를 심리상담사의 한 부류라고 생각한다. 심리상담사는 사람들이 앓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전문가다. 그래서 심리 상담을 조금 무겁게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심리 상담이 치료에 초점이 향해 있다면 나는 재미에 포커스를 뒀다. 잘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사람 혹은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 말로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다. 과정을 소개해 달라.
김: 심리학, 최면과 마술을 이용해서 사람의 마인드를 즐겁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한 가지 마술을 보여주겠다. 여기 내가 펼쳐놓은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해 달라. 선택한 뒤에는 본인만 확인하고 덮어두어라.
기자: 그럼 이제 내가 고른 카드를 맞추는 것인가.
김: 그렇다면 나는 초능력자일 것이다. 다시 한 번 카드를 골라 달라. 이번에는 그 카드를 나에게도 보여줘라.
기자: 5♥ 카드이다.
김: 기자님이 고른 카드가 아니라서 실망한 눈치이다. 내가 명함을 드리겠다. 명함 뒤쪽을 봐 달라.
기자: 어! 명함에 5♥라고 적혀있다.
김: 성공이다. (웃음) 마술은 사람들을 순간적으로만 즐겁게 만들뿐, 심리 상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사라지고 나타나는 놀라움에서 나아가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선택한 카드가 가져다준 즐거움과 신기함은 앞으로 기자님의 선택에 있어 강한 긍정작용을 할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가져다 준 즐거움이 점점 쌓이게 되면 앞으로의 선택에서도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타인의 심리를 다룬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러한 일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텐데.
원래는 태권도를 했다.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겨루기 대회에 나갔다. 그런데 1회전에서 상대의 뒤돌려차기를 맞고 기절했다. 하필 첫 대회라서 부모님이 경기를 보러 오셨는데 말이다. 깨어보니 걱정하시는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계셨다. 대회에 나가면 계속 경쟁해야 하고, 싸워서 이겨야 하는데 그럴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 그때 특별한 친구가 나타났다고 들었다.
같은 반에 전학 온 마술을 배우는 친구였다. 지금은 마술이 워낙 대중적이지만 그때는 간단히 선보인 카드 마술도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때 처음으로 마술사가 되면 삶이 즐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 친구와 서울로 몇 시간을 오가면서 마술을 배우러 다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마술의 길을 계속 걸었다.

▶ 마술사라니. 인기가 굉장히 많았을 것 같다.
처음에만 그랬다. 마술을 보여주면 좋아하긴 하지만 딱 좋아하는 감정에서 끝날 뿐이었다. 한두 번 만나는 사람들은 마술을 보고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가지만,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마술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 ‘자랑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저 순수한 의도로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고자 했던 나의 진심이 통하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다.

▶ 그때 접한 것이 최면이라고.
맞다. 2000년대 초반에 MBC <TV 특종 놀라운 세상> 스타의 전생체험 편이 방영된 이후 대한민국에 최면 열풍이 불었다. 다들 ‘레드썬’이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 레드썬 열풍의 주역인 김영국 교수에게 우연히 최면을 배우게 될 기회가 생겼다. 최면을 배우니까 나를 옆에 두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본인이 혼자 해결하기 힘든 마음의 응어리를 최면으로 풀어내 조금씩 해결해 가니까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시작했다.
▶ 마술과 최면을 결합해 창직에 나선다는 생각 자체가 대단한데, 롤모델이 있을 것 같다. 
심리술과 최면을 이용해 퍼포먼스를 하는 영국의 마술가 데런 브라운이 나의 롤모델이다. 한국에 마술사는 많지만 심리술을 이용한 마술을 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외국에서는 이미 미국드라마 <멘탈리스트>나 영화 <나우유씨미>가 유행할 정도로 대중적인 소재이다. 그래서 영국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컨셉을 빌려와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끔 만들면 신선하고 새롭겠다는 생각을 했다.
  
▶ 마인드 디자이너의 창직 과정이 궁금하다.
‘특색 있는 너만의 결과물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특허등록을 생각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을 들었다. 처음부터 특허등록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일하다 보니까 일이 점점 커지고, 내가 더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체계가 갖춰져야 했기에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특허도 신청했다. 신기하게도 특허 등록을 마치고 나니 마음 디자이너라든지 혹은 마인드 디자이너를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 있었다.


▶ 프리랜서다 보니 장단점이 확실할 것 같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만족감이 제일 크다. 내 일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얼마를 버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경기를 많이 탄다. 2014년도에 마인드 디자이너로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세월호 참사, 15년도에는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거의 모든 공연이 취소됐다. 사회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프리랜서는 누군가가 자신을 불러주지 않으면 일거리가 없다는 것이 맹점이다.

▶ 주로 어떤 상담내용이 많나.
자존감 형성이 주된 내용이자 목적이다. 청소년에겐 나같이 대학에 나오지 않는 사람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주제로 진로 특강을 진행하곤 한다. 성인이 대상일 때는 매너리즘에 빠져있거나 사회생활에 지친 사람을 위한 특강을 한다. 항상 공연의 끝에는 다 같이 눈을 감고 최면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한 일종의 주문을 외우는 시간이다.

▶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했는데 사회적으로 받는 차별이 있었는지.
물론 있다. 한국 정서상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별이 줄어들기는 힘들 것이다. 의례 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더 실력을 쌓아서 그 결과를 보여주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많은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는 돈을 많이 벌 수 있거나, 안정적인 직장에 집중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당사자로서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듯하다.
요즘에는 직업의 목표가 돈이나 명예에만 집중돼 있다. 그래서 ‘진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나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일을 과감히 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나중에 지쳐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돈이나 명예에 집착하는 것도 남들과 비교했기 때문이다. 비교하지 않고 내 삶에 만족하고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검은색이다. 보통 검은색하면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지만 다르게 생각하고 싶다. 검은색은 모든 색깔을 아우르는 색이다.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주황색이 되지만 검은색에는 그 어떤 색깔을 섞어도 검정색이다. 누구와 섞여도 나만의 특성이 드러날 수 있는 색이다.

▶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가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소개서를 써도 ‘이건 회사에서 좋아할 나야. 난 이렇지 않지만, 그들이 이런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쓸 수밖에 없어’라면서 자소설이라고 부른다. 나부터가 나 자신을 능력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갖고 있는 잠재력을 활용할 수 없다. 나를 정확히 알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Epilogue
기자는 좋아하는 일과 안정적인 일 사이에서 요즘 고민이 많다. 보통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기자는 잘하는 일이 없다. 대학에 와보니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분야엔 벌써 ‘날고 기는’ 학우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동안의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 였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던 와중 김진부 씨를 만났다. 내가 본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는 사람이었다. 생각해본다. 내가 김진부 씨처럼 피나는 노력을 해보았는지.


 


이상은 기자  3215318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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