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대선 2. 환경 문제 - 원자력발전소

거울 앞에 선 원전의 두 얼굴 양민석 기자l승인2017.03.21l수정2017.03.21 18:35l142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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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환경위기시각은 9시 47분을 가리킨다. 전 세계 143개국 1천882명 환경전문가가 9시부터 12시까지를 매우 불안한 상황, 12시는 인류의 멸망으로 정의하고 있어 환경 위기 시계를 되돌리려는 실천의 필요성이 제고된다.
 

▲ 월성 원자력 발전소 전경


지난해 9월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경주 지진. 400회가 넘는 여진에 혹여나 월성 원전과 고리 원전까지 지진의 여파가 있지는 않을지 원전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어 왔다. 또한, 경주 지진 진앙의 반경 50km 이내에 국내 원전의 50%가 집중돼있다. 국민들은 제2의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원전을 포기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원전 보유국 31개국 중 25개국(약 81%)이 원전 유지 또는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원전 문제는 양날의 검과 같아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인류의 환경에 원전이라는 빛과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발전소를 찾아갔다.

 

● 수상한 마을, 나아리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천년고도의 경주. 하지만 양남면 나아리에 도착했을 때는 사뭇 썰렁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마을은 조용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차가운 동해 바람만 세차게 불어올 뿐이다. 피폭의 위험이 상존하는 이곳으로 그 누가 오려고 할까. 아직 나아리를 떠나지 못한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월성원전 홍보관 앞에 ‘월성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원회’의 농성장이 보인다. 천막 농성을 이어온 지도 어느덧 3년째이다.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도 피폭에 대한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 회색 콘크리트 건물의 불안한 곡조
국가 중요시설인 월성원전은 철조망으로 꽁꽁 둘러싸여 있다. 하늘에는 헬기조차 뜨지 못하고 항상 해병대가 주둔해 있어야 한다. 원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회수하고 일시출입증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었다.

 

▲ 월성원전 전경 위성 사진 (출처 : 구글 지도)

어렵게 들어온 원전에는 차례로 줄지어 서 있는 월성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광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의 목숨을 이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좌지우지한다니, 괜시리 얄밉고 원망스럽게만 느껴진다. 1983년 준공된 월성 1호기는 2015년 2월 수명연장이 확정됐지만 지난 1월에는 다시 수명연장이 취소됐다. 취소의 이유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아닌 수명연장 허가 절차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불확실함 속에서 불안에 떨 생각에 몸서리가 친다.

 

▲ 주 제어실 업무에 집중하는 원전 직원

신월성 2호기의 모든 현황을 스크린으로 파악하고 스위치를 눌러 제어할 수 있는 이곳, 주 제어실(MCR)에 들어왔다.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 벽에 붙어있는 ‘세 번 검토·두 번 확인·한 번 조작’ 표지가 눈에 띈다. 혹시나 불의의 사고가 벌어질까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가상으로 적색경보를 발령하는 모의 방재 훈련도 대폭 늘렸다.
월성원자력본부 제2발전소 연료팀 남동헌 주임(기계공·14졸)은 “담당 업무가 기계 정비이기 때문에 기계 설비가 이상이 없었는지 밤새 확인한다”고 말했다. 덤덤하게 말하지만 막중한 임무를 책임지는 그의 목소리엔 부담감이 서려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월성 원전의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적다는 설명이 들려온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미국의 원전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미국의 원전 시스템은 안정성 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다. 실례로 1979년 미국의 원전사고에서 안전한 격납용기로 인해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았고 인명피해 또한 없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용기보다 5배나 크고 이중구조로 돼있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안심도 됐다. 견학생 김정환(26) 씨는 “원자력에너지의 피폭 위험에 대해 많이 의심했지만 직접 설명을 듣고 나니 안심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 천막농성장은 오늘도 어두운 현실 속에서 환한 불을 키려고 한다.

● 이젠 나아리 토박이로 살고 싶지 않다
원전을 나서는 길,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의 천막농성장에 불이 켜져 있다. 검은 천으로 덧씌운 비닐하우스에 ‘고준위 핵폐기물 절대 안 돼!’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차가운 바람을 견디는 비닐하우스가 마치 나아리 주민들의 상황인 것만 같아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시려온다. 기자를 마주친 대책위원회 황분희 부위원장(70)이 반갑게 맞아준다.
 

▲ 2월 6일 기준 898일째 집회

비닐하우스 내부가 간소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소파, 가스레인지 심지어는 서재까지 나름대로의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집회 898일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오랜 시간 집회를 이어온 흔적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벽에 걸려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위원회 향후 활동 일정이 적혀있었다. 위원회는 다음 주 국회에 방문하고, 그로부터 며칠 뒤 탈핵 희망 도보순례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9일 기준)
 

▲ 오랜 집회의 세월의 흔적이 자리잡은 천막 내부

황 씨는 지난 고생의 흔적을 담은 얼굴 속에서 당차게 나아리 토박이로 월성원전과 일생을 함께한 이야기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처음에 원전이 건설된다고 했을 땐 뭣도 모르고 환영만 했어”라며 운을 띄우는 그. “우리 같은 시골 사람들이 뭘 알 리가 있나. 그저 발전단가가 싸고 친환경적이라고 하니 모두들 기뻐했지. 그런데 말이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거야. 그때서야 원전의 두 얼굴을 보게 된 거지.”

아니나 다를까 2015년 동국대·조선대·한국원자력의학원이 공동으로 월성원전 주변의 피폭현황을 조사한 결과 61명의 조사대상에게서 모두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다른 쪽으로 이사를 가려해도 별 수 있나. 집을 팔고 가야되는데 누가 이런 곳으로 오고 싶어 하겠어. 우리가 원하는 건 단 하나야. 사람답게만 살고 싶을 뿐이지”라고 말하는 황 씨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인다.

그런데 주민들은 핵에너지 사용을 전폭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대책위원회 활동을 반핵운동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하신다. 주민들은 우리나라가 현재 원전에 일부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에너지 현황을 알고 있고, 다만 원전 운전의 부작용으로 인해 생기는 인명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국민을 위한 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이다.
 

● 원전으로부터 오는 전기에너지
지금 시각은 밤 10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시의 수많은 전등을 마주친다. 이 도시의 전기에너지는 원전으로부터 오는 수많은 에너지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대선주자들은 모두 원전 확대 정책에 반대를 표하며 개발보다는 안전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오래된 원전의 수명 연장을 지양할 것을, 안희정 지사와 유승민 의원은 신규 원전 건설을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는 등 각자의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세부계획이나 구체적 논의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2017 대선주자들은 실천의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고 있을까. 다가오는 장미 대선 이들의 원전 정책에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민석 기자  yangsongsoup@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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