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을 경시하는 사회

이상윤l승인2017.03.21l수정2017.03.22 01:09l142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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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몸으로 뛰고 배우려 노력했던 수습기자는 벌써 수습 딱지를 떼고 신입 정기자가 됐다. 정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인터뷰 요청 또는 취재 협조를 구할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어느새 요청과 협조는 마치 구걸과 같은 부탁으로 전락해버렸고 취재원과 기자의 사이에는 미묘한 갑을 관계의 기류가 흘렀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하였던가. 길고 힘든 단계를 거쳐 결국 협조를 받았지만, 후에 갑작스럽게 ‘급한 일정이 생겨서 인터뷰 진행이 힘들겠다’, ‘사적인 이야기가 신문에 오르는 것에 부담감이 생겼다’ 또는 ‘생각했던 방향과 실제 취재 방향이 다르다’ 등 다양한 이유와 핑계로 퇴짜를 맞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래서 기자는 최근 고진감래가 아닌 고진고래(苦盡苦來)를 맛보는 중이다.
 

왜 사람들은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을까. 약속을 언약(言約)과 문서로 남기는 약속으로 나눈다면 기자는 언약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문서로 남기는 약속의 경우 약조에 대한 증거를 만드는 반면 언약은 녹음하지 않는 이상 서로 간의 신뢰를 전제로 하는 약조이다. 만약 언약과 문서로 남기는 약속의 차이, 즉 증거의 유무가 사람들의 약속 이행의 척도가 된다면 그 누가 서로의 말을 믿으려 하겠는가.
 

언약을 경시하는 풍토는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다. 가까운 친구 사이만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다. 꼭 친구 중에 적어도 한 명은 자주 약속 시각을 어기는 친구가 있다. 약속에 늦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내일 오후 O 시에 OO에서 보자”는 제안에 “어, 그래” 라고 대답을 하는 순간 당신은 동의했음으로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불과 1세기 전인 20세기에 비하면 다방면으로 월등히 발전한 사회에 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첫 흑인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선 첫 여성 대통령이 당선됐으며 기계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인권, 산업, 의학, 인식 등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진보했다.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진보했어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약속의 의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같다.
 

기자는 감히 깨진 유리창 이론을 언약을 지키지 않는 풍토에 비유해본다. 깨진 유리창을 한번 방치하기 시작하면 그곳은 더욱 더러워지고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은 커진다. 마찬가지로 언약도 한번 어기면 그 다음은 점점 쉬워지고 책임감이나 중요성에 대한 인지는 계속 무뎌질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신뢰는 쌓기 힘든 반면 무너지기는 쉽다. 소위 말하는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애초에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거나 언약을 어겨서는 안 된다. 작은 사회라 불리는 학교에서부터라도 언약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형성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윤  3216136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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