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벌금형제

신진(교양학부) 교수l승인2017.03.14l수정2017.03.27 18:03l1422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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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얼핏 생각하여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국가기관이 행하는 일 중에도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있다. 재산과 소득이 별로 없어 벌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사정의 사람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100만원의 벌금을 하루에 5만 원꼴로 20일간 노역에 종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하자. 과히 문제가 될 게 없을 것이다. 실제로 매년 약 4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되고 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교도소에서 노역을 통해 벌금을 감면받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작년에 어떤 기업인이 벌금 38억6천만 원을 미납하여 미납된 벌금액수에 따라 하루 400만 원으로 965일(약 2년 8개월)의 노역장 유치에 처해졌다. 어떤 사람의 하루 노임이 400만원이라는 것을 보통사람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황제노역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총액벌금제에서 벌금 미납으로 인한 노역장 유치기간은 피고인에 따라 일당을 따로 산정하여 정하는 것이 아니다. 형법에 따르면 벌금은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납입하여야 하고 벌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을 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벌금을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하는 형으로 대체하는데, 그 기간의 상한이 3년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벌금이 아무리 많아도 3년 이상 유치하지 못하는 것이니 벌금 40억 원을 3년으로 나누면 대략 일당 400만원이 된다. 이는 법정 최장 유치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또 소득과 실제로 벌금을 납부할 수 있는 경제력은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이 연소득이 10억 원이라고 하더라도 재산이 하나도 없으면 40억 원의 벌금을 30일 내에 납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도 노역장에 유치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죄에 대하여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후하게 또 어떤 사람에게는 박하게 법이 적용된다면 우리는 당연히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가령 벌금형에서 같은 금액도 사람마다 부담의 크기가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백만 원이 큰 돈이 아닐 수 있지만 백만 원이 없어서 노역형을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한 사람의 노동의 값이라는 것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여기서 벌금 또는 노역기간을 죄를 지은 사람의 입장에서 죄의 대가로 받는 고통의 크기로 가늠할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의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황제노역에서 드러나듯이 현행 총액벌금형제도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일수벌금형제이다. 일수벌금형제(日收罰金刑制)는 개인의 하루 수입을 단위로 벌금을 매기는 제도이다. 통상 범죄에 대한 처벌은 일정 기간의 구속 또는 벌금으로 정해지는데, 구속은 일정 기간 일을 할 수 없게 하므로 경제적 처벌의 측면도 있다. 일수벌금형제는 개개인의 하루의 소득을 기준으로 범죄에 해당하는 구속기간만큼 벌금을 산정하여 회수함으로서 빈부의 격차를 고려하여 부담의 균등화를 도모하는 처벌방식이다. 즉 같은 구속기간이라도 개인의 경제적 조건에 따라 벌금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는 1921년 핀란드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주로 유럽국가들이 일수벌금형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일수벌금형제는 총액벌금형제에서 진일보한 처벌제도이다. 그런데 일수벌금형제는 벌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일당을 얼마나 납득할 수 있게 산정하는가가 성패의 관건이다. 벌금의 부담능력이 그 사람의 소득과 괴리가 있을 때 이를 어떻게 반영하는가도 과제이다.


신진(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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