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16. 선거연령하향

결혼·입대는 가능, 투표는 불가능… 내 나이가 어때서? 설태인 기자l승인2017.03.28l수정2017.03.28 10:27l1424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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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겨레21

● [View 1] 고등학생 
내 나이, 낭랑 만 18세. 아직은 고등학생 신분이지만 현행법상 결혼과 입대, 공무원 시험 응시와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나이다.

그러나 정치참여의 벽은 유독 높다.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만 19세로, OECD 34개 회원국 중 선거연령이 만 19세에 머물러 있는 곳은 한국뿐이란다. 일본에 사는 친구 히로시도, 미국 국적을 가진 사촌 스칼렛도 나와 동갑내기지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그뿐이랴, 오스트리아나 브라질 등 선거연령이 만 16세인 나라가 있다는 점은 놀라울 따름이다. 

청소년은 ‘정치적 판단력이 흐릴 것이다’, ‘무책임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는 어른들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과거보다 교육수준과 정보습득량은 월등히 올랐고, 촛불집회 등 공적인 자리에서 소신 있게 발언하는 친구들도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3·1운동을 이끈 유관순 열사와 4·19 혁명의 불씨를 지핀 김주열 열사의 나이가 16살, 17살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1971년 미국이 선거연령하향을 위해 내걸었던 “Old Enough to Fight, Old Enough to Vote(싸우기에 충분한 나이라면, 투표하기에도 충분하다)”라는 슬로건이 절로 떠오르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의무만 부여할 뿐 권리는 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묻고 싶다. 투표, 언제까지 ‘19금’이어야 할까.

● [View 2]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꾸준히 선거연령 하향을 지지한 것과 함께 바른정당이 지난 23일 당 차원에서 선거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주장해 교실은 떠들썩 하다.

하지만 교사로서 우려되는 것은 수업의 분위기다.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에 집중해야 할 고등학교 3학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면 특정 정당에 대한 여론이 형성될 것이며, 학생들은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투표에 임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부모님이나 친구, SNS의 영향을 받는 학생들이 주체적인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학생들은 외국의 사례를 들며 선거연령하향을 주장하지만 이들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만 18세 투표를 허용하는 나라들은 성년으로 인정하는 연령 또한 만 18세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만 19세를 성년으로 인정하며 그 이하는 미성년자인 ‘행위무능력자’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성년으로 인정하는 만 19세에게 투표권을 준 것뿐인데, 법적으로 행위무능력자라고 명시한 만 18세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주장은 모순이지 않은가.

선거연령하향은 성년 인정 연령이 외국과 다르고, 대학 입시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상황을 따져야 할 일이다. 학생들이 현실 정치보단 공부라는 본분에 집중하길 바라본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선거연령 하향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1948년 만 21세와 1960년 만 20세를 거쳐 2008년 만 19세로 개정됐다. 현재 전세계 234개국 중 216개국이 만 18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며, OECD 회원국 중 만 18세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선거연령 하향과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8월 ‘18세 선거연령하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이 국회에 제출되면서부터다. 이 법은 지난 1월 국회 소위를 통과했으나 각 정당의 의견이 달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어 지난달 13일 야권이 ‘18세 선거권 관련 절충안’을 내놨지만 자유한국당 측은 “강력히 항의하고 유감을 표명한다.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만 18세의 투표 참여가 선거의 당락을 가르는 결정타가 되는 것을 우려한 결정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은 1020세대가 3040세대보다 더 보수적·유보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선거연령하향이 당락의 결정적 요인이 될 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각 정당은 선거연령하향과 관련해 이익추구나 이해관계를 따지기보다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중심을 둔 심층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설태인 기자  tinos3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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