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의 애니인사이드 3.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삶을 산 작가, <투 러브 트러블>
글그림의 애니인사이드 3.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삶을 산 작가, <투 러브 트러블>
  • 단대신문
  • 승인 2017.03.28 11:06
  • 호수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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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 러브 트러블> 일러스트

<투 러브 트러블>은 2006년부터 연재됐던 러브 코미디 만화로 누계 발행부수는 700만 부, 한국에서도 아직까지 발행되는 성공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소년 점프에 연재되며 많은 여성들과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하렘’물입니다.

고교생이며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유우키 리토’ 라는 소년은 외계에서 온 소녀 ‘라라’를 만나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립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좋아했던 소녀인 ‘하루나’에게 고백하려고 했지만 실패, 엉뚱하게도 외계인 소녀에게 고백한 꼴이 돼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라라가 온 행성의 왕위 계승자가 돼버리면서 삼각, 사각관계에 얽히게 되고 왕위쟁탈전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됩니다.

사실 이러한 스토리는 별 의미가 없으며 이 작품은 오직 소년 독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위한 수위 높은 장면에 모든 것을 건 작품입니다. 만화는 특출난 작화 실력으로 인기를 끌었고, 특히 인체를 표현하는 작가의 역량은 정말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았을 정도지요.

하지만 이 만화가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은 만화의 그림 작가인 ‘야부키 켄타로’의 개인사에 관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야부키 켄타로는 여자 캐릭터의 몸매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그리는 다른 만화와 달리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그림체를 사용했기에 만화는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어시스턴트를 구하던 중 타 만화의 어시스턴트 역할을 하던 ‘카시와기 시호’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야부키 켄타로에게 적극적으로 어필, 끝내 함께 상경해 결혼하게 됩니다. 카시와기는 다른 유명 만화가들의 일러스트나 채색을 담당하는 동시에 일본의 유명 동영상 사이트인 ‘니코니코 동화’에서 시간을 보내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결혼 생활 이후에도 계속 니코니코 동화에서 활동을 하다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고3 소년, ‘나카무라 이네’와 눈이 맞아버리고 맙니다. 둘의 불륜 관계는 급격히 지속됐고 카시와기는 딸을 친정집에 맡겨버리고 나카무라와 밤을 보내는 등 완전히 남편을 등져버리고 맙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야부키는 딸을 위해서라도 카시와기에게 다시 사이좋게 지내자고 애원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야부키 켄타로의 신용카드와 노트북을 들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거기에 딸까지 데리고 나가자 야부키는 딸을 찾기 위해 그녀를 수소문했지만 그녀는 잠적해버렸고, 2개월 뒤 갑자기 나타나 이혼과 재산 분배를 요구합니다. 큰 상심에 빠진 야부키는 자신의 컴퓨터를 체크하던 중 아내의 불륜 증거들을 발견하고, 카시와기의 이혼 요구는 크게 불리해지고 맙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번엔 딸의 양육권을 가지고 위자료를 청구합니다. 일본의 이혼 재판에서는 양육권이 대체로 어머니에게 유리하게 판결되는 경향이 있었기에 결국 야부키는 위자료로 약 20억원을 넘기고 양육권을 되찾게 됐습니다.

▲ <투 러브 트러블> 한국판 만화책

이런 개인적인 사건이 어떻게 알려지게 된 걸까요? 사건의 발단은 카시와기의 블로그였습니다. 불륜에 대한 소문이 퍼지던 중 한 네티즌이 ‘니코니코 동화의 그 사람과 불륜관계가 아니냐’라고 묻자 ‘ㅎㅎ 이젠 불륜 아니거든요? 이혼 수속 밟고 있거든요?’라고 답해 대대적으로 알려진 것이지요.

하지만 야부키는 한 번도 원고를 펑크내지 않았으며 책을 낼 때는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 신을 추가하는 열정을 보여줬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고통을 토로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수많은 독자를 감동시켰으며 그의 상업적인 그림을 비난하던 사람도 그를 응원하는 등 암묵적인 ‘까임 방지권’을 부여받게 됩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와중에도 러브 코미디를 그려야 했던 야부키 선생. 아무리 대인배에 강철같은 마인드를 가진 그였어도 이 사건은 그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투 러브 트러블>의 엔딩 이후 그는 <투 러브 트러블 다크니스>라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여성의 엉덩이는 물론이요 가슴과 생식기까지 묘사했음에도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만화는 아직까지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열렬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그는 딸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그려 선물하는 등 열심히 딸을 사랑하고 있으며 과거의 상처를 딛고 재혼했다고 알려져있죠.

노골적으로 여성의 신체를 표현해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아내의 불륜에도 야부키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존경받는 인물이 됐습니다. 이런 사연을 알고 그의 만화를 본다면 다른 시선으로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박성환(기계공·3·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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