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인 캠퍼스5. 모딜리아니 <반 뮈덴 부인의 초상>
캔버스 인 캠퍼스5. 모딜리아니 <반 뮈덴 부인의 초상>
  • 단대신문
  • 승인 2017.04.11 10:25
  • 호수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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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공허와 우수를 미학적 차원으로 승화
▲ 모딜리아니, <반 뮈덴 부인의 초상>, 1917, 유화, 92x65cm

모딜리아니, 숱한 화제와 신화를 낳은 몽파르나스의 가난한 귀공자. 그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한 항구도시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우수에 찬 독특한 화풍을 구사하며 외롭게 활동하다가 빈곤과 병마로 인해 서른여섯 살의 짧은 생을 마친 비극적 화가이다.


그는 소년 시절 학교 공부보다 독서와 그림에 열중했었으며 청년 시절에는 니체와 다눈치오, 보들레르에 심취했었고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의 거장들을 가슴 깊이 존경했던 사람이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반 뮈덴 부인의 초상>은 그가 서른세 살에 그린 것이다. 여인의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팔로 이어져 내리는 인물의 동세에서 우리는 르네상스의 거장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을 떠올리게 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비너스의 몸매가 그리고 있는 동세와 모딜리아니의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여인의 동세가 매우 유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 형태와 색채의 변화 있는 구성
왼편으로 기울어진 얼굴은 목에서 가슴으로 흐르는 움직임에 의해 균형 잡혀 있고 다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져 내리는 팔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여인의 자태에 우아한 변화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 팔의 사선 방향성은 침대인 듯한 배경의 완만한 사선적 움직임에 의해 균형 잡혀 있음을 본다.


보라색이 섞인 배경의 어두운 푸른 색조는 여인의 따듯한 살색과 대조를 이루면서 보다 선명하게 인물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의상의 검고 진한 색채 역시 여인의 밝은 살색과 강한 대조를 이루면서 주제를 부각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모딜리아니 인물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긴 목과 갸름한 얼굴을 강조한 데포르메양식은 여인의 표정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어울려 내면으로부터 번져 나오는 조용한 우수(憂愁)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느낌은 특히 여인의 ‘눈’에서 고조되고 있는데, 외부의 사물로 향하는 초점을 지니고 있지 않은 눈동자는 현실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지워버린 내적 관조의 빛을 띠고 있다. 우리는 그 내면의 눈빛으로부터 향기처럼 번져 나오는 조용한 공허와 우수를 느끼는 것이다.
                   
■ 내면으로 향하는 우수 어린 눈빛
모딜리아니가 그린 인물의 ‘눈’은 외부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 눈이 아니라 그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고 있는 눈이다. 그가 그린 거의 모든 인물의 눈에는 눈동자가 없다. 그는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음으로써 외적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라 내면세계를 관조하는 눈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다고 하여 아무나 내적 관조의 눈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딜리아니가 그러한 표현을 성공시킨 것은 순전히 그가 지닌 회화적 천재성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지 3년 후에 모딜리아니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헌신적이고 사랑스러운 아내였던 쟌느도 6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모딜리아니의 뒤를 따랐다.


모딜리아니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구시대 세계관의 붕괴를 심각하게 체험한 시대의 사람이다. 이성(理性)이 구축한 세계상(世界像)이라고 하는(헤겔 철학이 그 마지막 보루였던) 구시대(舊時代)의 세계관이 무너져 내린 시대에 만연된 공허와 우수를 미학적 차원으로 승화시켜 표현한 화가 모딜리아니. 그의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공허와 우수가 흐르는 분위기는 바로 그 시대가 처해 있었던 정신상황의 회화적 반영이었던 것이다.
 

임두빈(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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