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13. 빅데이터와 인권
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13. 빅데이터와 인권
  • 단대신문
  • 승인 2017.04.11 10:27
  • 호수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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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국가안보, 데이터 프라이버시의 충돌
▲ 출처 : exploringbigdata.blogspot.kr

최근 발생한 런던테러에 대한 영국 장관의 발언이 화제입니다. ‘엠버 루드’ 내무장관은 소셜미디어가 테러범들에게 은닉처를 제공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런던 테러범이 범행을 저지르기 불과 몇 분 전 ‘왓츠앱(WhatsApp)’을 통해 누군가와 연락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왓츠앱이 암호화된 메신저 서비스여서 당사자 이외에는 아무도 대화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구글, 페이스북 등 온라인 기업과 ‘테러’ 수사 협조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보기관과 경찰 당국의 수사확대로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빅데이터 시대에는 수집할 수 있는 개인 데이터의 범위와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우려가 높습니다. 사실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명확히 합의된 정의는 없습니다. 다만 통상적으로 단순한 데이터 수집에서 나아가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와 수익을 내는 일을 지칭합니다. 구글의 자동번역기,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한 ‘알파고’ 모두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례입니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특히 ‘테러’ 몸살을 앓고 있는 국가들은 테러수사 및 예방을 위해 개인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 보관, 분석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 우려는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가까운 사례로 지난해 미국 FBI와 애플사 간의 분쟁을 꼽을 수 있습니다. FBI는 당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소지한 아이폰의 화면보호 암호해제를 애플사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애플 측은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결국 법정으로까지 갔습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것도 바로 빅데이터를 통해 국가가 대규모로 민간인 감찰을 시도한 것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몇 년 전 국가정보원이 카카오톡에서 대규모 개인정보를 수집하려고 시도했던 일이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과연 데이터 프라이버시도 인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빅데이터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나요? ‘테러방지’를 명목으로 정보기관이 개인의 신상, 금융정보, 의료기록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견도 감시해도 될까요?


개인정보 보호에 선도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유럽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유럽의 최고법원인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미 온라인 개인정보도 유럽인권조약이 보장한 『사생활 및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에 포함된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인권재판소는 판례를 통해 ‘데이터 프라이버시’가 유럽인권조약 제8조에 명시된 ‘사생활’권에 포함된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는데요, 하지만 이 ‘사생활’권에는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즉,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포함해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는 ‘국가안보, 공공의 안전, 질서유지와 범죄의 방지를 목적’에 따라, 필요한 경우 법률에 의해 국가가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테러방지, 국가안보, 사회질서 유지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개별국가의 재량에 맡긴다는 것이 유럽인권재판소의 입장입니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빅데이터의 활용도는 점차 확대되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정보 보안 및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도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특히 스스로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우리나라,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만큼 세계 어느 곳보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에 취약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휴대폰 인증 없이 아무 일도 처리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 쇼핑, 홈페이지 회원가입뿐만 아니라, 회사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는 데도 휴대폰 인증을 해야 합니다. 그만큼 개인 데이터와 정보가 온라인에 노출됐다는 반증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국민 전체가 가입해 혜택을 받는데요. 만일 누군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산망을 해킹하거나, 정보기관이 이 데이터를 유출해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규욱 인권칼럼니스트 kyuwoo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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