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可能)을 상상하는 힘

책 『Unflattening, 생각의 형태』 : 만화로 된 논문 읽기 단대신문l승인2017.04.11l142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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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 도형의 세계가 있다. 3차원 세계에서 바라보았을 때 여성은 선분[|], 남성 평민 계급은 정삼각형[△] 모양인 이 세계에서 주민은 신분이 상승할수록 변이 하나씩 추가되어 원(○, 성직자) 모양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이 세계의 주민이 인식할 수 있는 서로의 모습은 단 하나, 선분뿐이다. 여성의 경우는 점뿐이다. 이 세계에는 높이라고 하는 차원이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설정을 기반으로 당시 영국 사회의 모순을 비판, 인식의 한계를 개척해나가라는 의의를 제시한 19C SF소설 『플랫랜드』(Flatland, 1884)는 이후 차원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입문서가 되어주었다.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라는 서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서적에서 Flat(평평한)은 하나의 차원이고 시각이며 동시에 그 차원과 시각에 따른 결과이다. 이러한 세계에서 탈출하여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각을 개척하고자 하는 일련의 행위, ‘Unflattening’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본 서적의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이다.


이 ‘만화로 된 논문’은 규격화된 사회 속의 사유 및 교육 제도를 먼저 언급하면서 새로운 시각 획득과 다양화된 관점의 교류를 권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융합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차원을 창출해내는 과정은 ‘기존의 형식과 인식’을 파괴함으로써 그 자체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이 가능성, 즉 새로운 시각·사고·인식의 결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측정 단위가 된다. 분자 다음으로 원자가, 원자 다음으로 원자핵이, 원자핵 다음으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물질의 새로운 단위가 됐듯이 인식하는 만큼 세상의 정교한 외곽과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다. 통합적 사고가 우리의 세계를 확장한다는 저자의 의견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여기서 가장 필요한 건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학술적 지식이 아닌 그 융합을 가능케 하는 힘인 ‘상상력’이다. ‘상상하는 힘’이야말로 굳게 닫힌 인식의 문을 열고 나가게 한다. 그러나 이 ‘상상하는 힘’만으로는 문을 열 수 없다. 마치 만화를 글 혹은 그림만으로 제작할 수 없듯이, 상상의 질료가 되는 ‘세상에 대한 인식’이 우리의 상상력과 함께해야 할 것이다.
 

곽고운(문예창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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