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독서 -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로부터 캠퍼스에 온 편지 단대신문l승인2017.04.11l수정2017.04.11 11:40l142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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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정약용
책이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09.10.19.
페이지 p.330

 

 

 

우리는 모두 어느 해에는 새내기였다. 주입식 교육과 입시를 위한 공부에 지친 학창시절을 작별하고 대학의 문턱을 넘어섰던 그해 3월에는 꽃샘추위도 그저 따뜻한 봄바람이었다. 마음속에는 새로운 학문에 대한 설렘이 물 머금어 싹트고 있었다. 탐구에의 열정이 숨 쉬는 캠퍼스는 공기부터 달랐다. 엉뚱한 문학소녀였던 나는, 봄날 볕이 잘 드는 풀밭에 누워 책을 읽다가 그것을 베고 잠드는 상상을 했던 것도 같다.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학점과 토익과 각종 자격증에 치이다 보면 점점 잊히곤 한다. 사실 대학은 취업을 위해 잠시 스쳐 지나는 길목이었던 걸까. 나는 이 커다란 캠퍼스에서 무엇을 배워가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들 때면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를 꺼내 읽어본다.


정약용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다. 시대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혁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했다. 그러나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적었던 말은 새로운 학문만을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역사, 문학 등의 고전을 읽어 마음에 아로새기고 지혜를 얻으라는 것이었다.


“반드시 처음에는 경학(經學) 공부를 하여 밑바탕을 다진 후에 옛날의 역사책을 섭렵하여 옛 정치의 득실과 잘 다스려진 이유와 어지러웠던 이유 등의 근원을 캐보아야 한다. 또 모름지기 실용의 학문, 즉 실학(實學)에 마음을 두고 옛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구했던 글들을 즐겨 읽도록 해야 한다.” p.41


“최근 수십 년 이래로 한가지 괴이한 논의가 있어 우리 문학을 아주 배척하고 있다. 여러 가지 우리나라의 옛 문헌이나 문집에는 눈도 주지 않으려 하니 이야말로 병통이 아니고 무엇이겠냐? 사대부 자제들이 우리나라의 옛일을 알지 못하고 선배들이 의논했던 것을 읽지 않는다면 비록 그 학문이 고금을 꿰뚫고 있다 해도 그저 엉터리가 될 뿐이다.” p.42


정약용은 독서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이라며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들들에게 “중간에 (아버지가 유배를 가는) 재난을 만난 너희들 같은 젊은이들만이 진정한 독서를 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라고 편지에 적었다. 곤경에 처한 젊은이는 그렇지 않은 젊은이보다 더 책의 뜻을 리트머스 종이처럼 마음에 흡수하고 자기 삶에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약용의 아들들처럼 힘겨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오늘날의 청년들에게도, 어쩌면 고전이 시공간을 초월해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줄 수 있을지 모른다.


대학은 ‘지성과 낭만’의 공간이다. 전공 강의를 잘 듣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한 번쯤은 전공에 대한 고전들을 읽고 옛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오늘을 사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우리 것으로 만들면 좋을지 고민해보며 전공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3월이 지나가고 꽃망울이 터져 나올 무렵, 정약용에게 그리하고 싶다고 답장을 보내본다. ‘일 마레’의 우체통은 없지만, 그에게 닿기를 바라며.

강효진(국어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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