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줌/인] 장미대선 4. 자살 문제 - 수원시자살예방센터

‘자살’이란 불에 ‘살자’라는 물 뿌리기 이상은∙이상윤 기자l승인2017.04.11l수정2017.04.11 15:50l1425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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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우리나라 2015년 한 해 자살사망자 수는 1만3513명으로 하루 평균 37명이 사망한다. 최근 2년간(2014~2015년) 자살률은 다소 감소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지만, 우리 사회의 취약·소외계층은 여전히 자살 고위험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선 출마 공식 선언에서 “없는 사실을 가지고 뒤집어씌우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 2월 28일에는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그의 언행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나라의 대선 주자가 정치의 현장에서, 그것도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고인의 자살을 언급하면서까지 자신의 자살을 언급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말 조심스럽게 꺼내야 할 ‘자살’이라는 단어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 주자들 가운데 자살률을 줄이겠다거나, 자살 관련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는 아무도 없는 실정이다. 제19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자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자살위험자들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신보건 전문요원들이 있다. 365일 24시간 자살위기상담전화를 통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하지만 현재 자살예방센터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매우 미비한 실정인데,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시자살예방센터에 방문했다.


나의 죽음을 알아주세요


“어느 날 경찰이 60대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를 센터에 직접 데리고 오셨어요. 한눈에 봐도 술에 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센터 직원들이 다 달라붙어서 할아버지를 안정시키고 상담을 진행했어요.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간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처음에 왔을 때보다 많이 안정돼서 한 시름 놓았죠. 그런데 느낌이 싸해서 할아버지를 쫓아가 보니 계단에 앉아계셨는데 ‘나 죽을 거야. 죽겠다’며 갑자기 주머니에서 깨진 술병 조각으로 배와 손목을 그었···”


덤덤한 목소리가 이내 조금씩 떨리더니 어느덧 서청희 팀장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다행히도 이곳엔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어 빠른 조치가 가능했다는 그의 설명.


수원시자살예방센터에는 간호사를 포함해 임상심리사와 사회복지사 그리고 정신보건 전문요원까지 총 12명이 근무한다. 자살은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한 복합적 형태의 결과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양한 처방을 내려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 개소했을 때만 해도 근무자는 단 3명이었다. 서 팀장은 “실무자가 늘면 할 수 있는 사업들이 늘어나고 기존 실무자도 조금은 편해진다. 하지만 그만큼 자살자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실무자가 적으시니 힘드시겠어요”라는 말을 건네려던 찰나, 아이러니한 상황에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난감해진다.


정신보건 전문요원으로 일하기까지는 아무래도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살위험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사실 자살위험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들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들의 상황에 동화돼 같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근무 8년 차에 들어선 고참 직원인 서 팀장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서 팀장은 “자살위험자들을 만나 도움을 드려야 비로소 ‘직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짐을 짊어진 서 팀장의 부담감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감은 이내 힘을 내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 순간을 책임지는 실무자들의 눈은 어느새 굳센 의지로 가득하다.

 

우리도 치료가 필요한 사람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무자가 겪는 일의 위험성은 상상도 못 할 수준. 경찰의 요청으로 현장에 출동했더니 청산가리가 발견되거나,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베드 밑에 칼을 숨겨 놓고 난동을 피운 적도 있었다.


실무자들은 자신과 오랫동안 상담하던 환자가 결국 세상을 떠났을 때 상심이 크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럴때 실무자들은 자신의 불찰로 일어난 결과라며 자책하고,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상담환자들과 거리를 두기도 한다.


반면에 이러한 상황이 또 한 번 발생하지 않도록 오히려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다. 서 팀장은 “무엇보다 힘들 때는 내가 더는 이 사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라고 말한다. 착잡한 목소리와 슬픈 기류는 좀처럼 걷어낼 수가 없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각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다르지만 심각한 경우 공황장애까지 올 수 있다. 결국 어느 순간 정신보건 전문요원들도 ‘치료가 필요할 때’가 온다. 서 팀장은“나 자신부터가 스트레스에 휩싸여 있으면 상담자도 이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자기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수이다. 그들 또한 ‘감정의 쓰레기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의 쓰레기통은 과연 누가 비워줄 수 있을까.

수술한 뒤에도 자국은 남는다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가는 것 같아도 또 그 상처를 찌르거나 헤집어 놓으면 다시 한 번 강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자살시도자는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대부분 약물치료를 병행하곤 한다. 하지만 약은 증상을 치료해줄 뿐 죽고 싶다는 생각을 고쳐주지는 못한다.


서 팀장은 “청소년의 죽음은 추락사가 50%를 넘어선다. 시간대 또한 밤보다는 낮에 보란 듯이 떨어지는 비율이 높다”고 말한다. 수도 없이 ‘자살은 나쁜 거야’라는 말을 들어왔을 아이들한테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감정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이성으로 멈추기가 힘들 때가 있다. 감정이 훨씬 커져 버리면 자살 전 징후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에게 ‘자살 생각 하지마’라는 단언조보단 ‘왜 그러는데’라는 위로 한 마디 건네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을 할 때는 특별한 수단보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런데도 살 만한 이유는 뭐가 있는지, 잊고 있었지만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는지를 물어보면서 그 순간을 같이 버텨주고 도와주면 된다.” 세상 끝 절벽에 서 있는 사람에게 “옳다, 그르다”며 충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왜 이렇게 죽고 싶은지 이해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자살예방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알 권리와 알려줄 의무, 그 사이의 딜레마


최진실, 안재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각종 연예매체는 물론 ‘9시 뉴스’에서도 그들의 죽음을 소재로 다뤘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를 추측하는 수십 건의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실제로 이런 기사들이 다뤄진 이후에 자살률이 높아지고, 번개탄 판매율이 상승하는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보도의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마치 기사의 내용이 자신의 상황인 것처럼 동화돼 모방 자살을 한 사례도 이어졌다. 


여기엔 대중들의 ‘몹쓸’ 알 권리가 한 몫 했다. 대중들은 연예인의 사생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심지어 그 사람들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해 한다. 자극적인 이야기에 목말라하는 대중이 있다면, 높은 조회 수를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기자들도 있다. 서 팀장은 “고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도 자살보도는 지양돼야 한다. 자살보도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자살’이라는 표현을 굳이 써야하나 싶다.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고, 좋아하던 연예인이 죽었을 때 애도할 수 있을 정도로만 다뤄야 한다”며 목소리에 힘주어 말한다.


Epilogue


최근 SNS를 통해 확실하고 고통 없는 자살방법이라며 이른바 ‘자살세트’를 1백만원에 판매한 자살 브로커 2명이 구속됐다. 심지어는 자살을 시도하려는 여성을 유인해 성추행까지 일삼았다. OECD 국가 중 12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악용해 벼랑 끝에 선 타인의 절망을 돈벌이로 삼은 것이다.


한편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4조 1항은 국가는 자살의 위험에 노출되거나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를 위험으로부터 적극 구조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크게 경제적인 원인과 사회적인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IMF 외환위기나 경기침체기에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고,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경쟁을 유발하고 권위주의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번 르포에서 자살예방사업의 현장을 취재한 결과, 제도나 정책적인 부분 또한 상당 부분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 팀장은 “오는 정부에서는 높은 자살률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자살예방사업에 대한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은∙이상윤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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