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금을 둘러싼 학생과 학교의 대립… 손 놓고 바라보는 정부

취재팀l승인2017.04.11l수정2017.04.11 21:36l142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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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차만별 대학입학금, 산정 근거 역시 불명확

신입생 A 씨는 학기 초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국립대에 입학하는 B 씨는 10만원 가량의 입학금을 낸다고 들었는데, 정작 자신은 9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A 씨는 입학금이 왜 이렇게 많은지도 모르고, 학교별로 차이가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입학금을 내지 않으면 등록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낼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입학금 징수 근거나 사용 용도를 모르겠다. 가장 억울한 것은 같은 명목으로 내는 금액인데 다른 학교 친구보다 9배 이상 더 내야 하는 사실”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이 입학금을 징수하는 근거는 고등교육법과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등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에는 ‘학교 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입학금은 고등교육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등록금의 일부인 ‘그 밖의 납부금’에 해당한다. 


이에 입학금은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 4조4항 ‘입학금은 입학 시 전액을 걷는다’는 조항에 따라 수납되고 있다. 이외에 입학금 징수에 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이나 조항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교육부 역시 입학금 산출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음을 인정했다. 지난해 10월 4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학입학금 제도 현황 및 쟁점 검토’에 따르면, 교육부는 입학금에 대해 “대학의 역사, 건학이념, 설립주체, 재정여건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어 계량화된 수치로 표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대학이 입학금을 징수하는 뚜렷한 명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입학금의 용도는 더욱 모호하다. 지난해 2월 ‘청년참여연대’가 입학금 상위 32개 대학의 입학금 부과 기준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6개 대학은 아예 응하지도 않았다. 나머지 26개 학교는 ‘별도 기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대학 역시 지난 1월 중 진행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서 입학금 사용 용도 공개를 요청받았으며 당시에는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1월 16일 진행된 제3차 등심위에서 우리 대학은 학부 입학금은 강사료, 인건비, 장학금, 학생활동 지원, 입학식 등 행사비를 포함해 신입생에게 별도로 지출되는 비용을 산정한 다고 말했다. 다만 입학금의 구체적인 사용 용도에 대해 대학본부 측은 “현재 일부 대학에서 입학금반환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대외적인 공지는 어렵다. 하지만 확정판결 이전에 학생들에게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고 결과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입학금의 금액도 대학별로 천차만별이다. 2015년 기준 전체 대학 입학금은 4,000억원 규모로 등록금의 약 3.5% 수준이다. 그러나 산정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대학이 자의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징수하지 않거나 2~3만원만 내는 곳도 있는가 하면 100만원이 넘는 대학도 있다.


2016학년도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국·공립대는 대체로 30~10만원 선에서 입학금을 징수하고 있었다. 반면 사립대는 이보다 높은 수준인 90~ 100만원 선에서 입학금을 징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표 참고>

▲ 2016학년 대학알리미 기준 전국 사립대학 입학금 순위 (단위 : 만원)

▲ 2016학년 대학알리미 기준 전국 국·공립대학 입학금 순위 (단위 : 만원)

■대학 재원확보 수단에 불과… 학교와 학생 간 소송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대학 재원확보를 위한 부담을 학생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산정 근거가 없고 지출 내역도 관리하고 있지 않은 부당한 입학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해 10월 2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대학 소속 학생들을 대신해 학교 법인과 국가를 상대로 입학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참여자는 우리 대학을 포함해 건국대, 고려대, 동덕여대, 홍익대(서울·세종), 숭실대, 가톨릭대, 경기대(서울), 경희대(서울·국제), 한신대, 중앙대, 한양대, 항공대, 연세대 사회과학대, 서강대 등 15개 대학 소속 9,782명이다.


현재 입학금 폐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입학금 폐지 대학생운동본부’는 입학금이 실제 입학에 드는 비용을 산정하고 이에 근거해서 걷는 것이 아니며 사용처가 불분명한 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입학금 폐지 대학생운동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소송인단을 모집해 10월 8일 입학금 폐지 대학생 행동의 날을 준비했고, 10월 25일 1만 여명의 소송인단의 소장을 접수하는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며 “이로 인해 입학금이 이슈화됐고, 올해 초 실제로 입학금이 인하되는 사례가 있었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올해 입학금을 0.8% 인하했는데, 액수로 보면 미미하지만 요지부동이던 대학 입학금을 실제로 인하하는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입학금 폐지운동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입학금 폐지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등록금을 비롯해 대학이 학생들에게 징수하는 돈에 대한 투명성 촉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에 관련 법률 개정안도 여럿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해 7월 현행 고등교육법에 입학금을 명시하고 실제 입학 관리에 필요한 실비 수준(1인당 평균 등록금의 5%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으로 받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입학금을 원칙적으로 없애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입학금을 폐지하되 교육부령을 통해 입학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 부과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입학금 논란… 우리 대학은?
우리 대학 역시 입학금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현재 우리 대학 학생 218명이 학교를 상대로 한 입학금 반환 소송인단으로 참여한 상태이다. 이에 첫 재판은 빠르면 4월, 늦으면 5월 중으로 열릴 예정이다. 


우리 대학 입학금 폐지 대학생운동본부 김수현(국어국문·3·휴학) 단장은 “입학금 91만원에 대한 사용처가 명시돼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개된 부분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등록금에 얹어지는 91만원이라는 돈은 정말 큰돈이다. 입학금 폐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재학생들은 입학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터뷰에 응한 학생 대부분이 입학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이영선(커뮤니케이션·1) 씨는 “이번 학기 등록 시 납부하는 금액으로 고지서 항목에 명시돼 있어서 냈다. 정확한 사용처는 모르지만 일단 의무사항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예린(심리·4) 씨는 “대학교 입학 시 별도의 장학금을 받더라도 입학금 면제만큼은 불가했다”며 “의무화돼 있음에도 정작 사용 내역을 공지 받은 적이 없는데 취지와 사용 내역을 공지하지 못한다면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지수(회계·4) 씨는 “입학할 때 납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풍토로 굳어진 게 현 상황”이라며 “대학생활을 하다 보니 지금은 문제의식조차 흐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은 “고등교육법 제11조의 법령을 준수하고 있으며, 현재 논란이 되는 입학금에 대한 문제는 향후 법률 개정 또는 재정 지원 등이 있으면 해당 법률에 따라 교육부의 신규 입학금 정책을 준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입학금 논란 종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시급
입학금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현재 입학금으로 명명된 납부금은 단순히 입학에만 소요되는 특정 목적성 경비가 아니다. 고등교육법 제11조 1항에 언급됐듯이 입학금은 등록금에 포함돼 교육운영 전반에 사용되는 등록금으로 봐야 한다. 


즉, 입학금을 폐지한다면 대학으로서는 당장 교육운영에 사용해야할 경비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한 부담은 대학뿐만 아니라 학생에게까지 전가될 것이다. 입학금 폐지에 따른 분명한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이유다. 실제로 과거 국립대 기성회비가 폐지됐지만, 그만큼 수업료의 일부로 통합돼 학생들의 학비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나친 사학의존도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에서 사학에 대한 의존도는 70%를 넘기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그간 정부 차원에서 등록금 동결과 인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중한 민간 부담이 지속된 이유가 이때문이다. 만약 재정지원과 같이 정부 차원의 노력이 없이 없다면 이러한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입학금은 폐지하되, 입학금 폐지에 따른 결손처리 금액을 국가 및 지자체에서 보전해주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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