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문화in 138. <전시회> 박건해 : 竹-호흡展

무의식중에 지나가는 호흡을 인지하는 것 박정은 기자l승인2017.04.11l수정2017.04.11 21:45l142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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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숨을 쉬어 생명을 지속한다. 인간 역시 호흡을 하는데, 호흡은 우리의 의식 여부와 관계없이 반복된다. 여태껏 당연한 것으로 무심하게 지나쳐온 호흡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전시가 있다.

▲ 전시회 포스터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A1 갤러리에서 오는 6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竹-호흡展’은 한국 여류수묵화가 박건해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가는 십여 년 전 우연히 본 중국 명대 문인 서위의 <설죽도>를 보고 대나무에 매료됐으며 이후부터는 <설죽도>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호흡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그린다고 한다. 그의 전통 수묵화 작품은 이미 수묵화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중국 북경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 <지본수묵>, 2015, 19.5x39㎝

전시회장으로 들어선 순간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화풍의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묵화는 먹으로만 그려낸 것이라 단순하고 심심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작가의 작품은 눈앞에 대상이 실제로 보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대상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의 화풍에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물길’로 가득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민한 작가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골판지에 그린 수묵화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세로로 길게 늘어선 작품이 눈에 띈다. 수묵화에 흔히 사용하는 화선지를 벗어나 골판지 위에 그려진 작품이다. 무언가를 포장하기 위해 쓰이는 골판지는 작가의 상상력과 재료, 소재, 화법 등에 구애받지 않으며 작품이라는 새옷을 입는다. 작가의 흥미로운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나아가 사의화(묘사대상에 작가의 의도나 느낌을 강조해 간결하게 그린 그림)와 적묵법(동양화에서 먹을 운용하는 방법중 하나로 먹의 농담을 살려 순차적으로 쌓아가듯이 그리는 기법)을 기본으로 해 재구성한 작가만의 수묵화 창작기법도 돋보인다.
박 작가는 호흡하기 위해 작업을 한다고 한다. 그에게 수묵화 한 점 한 점은 또다른 하나의 생명체인 것이다. 또한 박 작가는 작품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기를 기대한다. 가볍고 생동감 있게 색이 입혀진 작품들을 통해 무겁고 어려운 전통 수묵에서 벗어나 보다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한 작가의 마음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박정은 기자  3216179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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