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재고

이시은 기자l승인2017.05.16l142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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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은 무엇일까? 각종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발, 강자로부터 약자를 지켜주는 펜, 비리를 고발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머리. 어쩌면 모두 이상향이 돼버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왜 기자들을 기레기라 부르는 건가요?’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질문이다. 기자라는 직업에 부여된 소명 의식을 다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대답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기자의 소명은 무엇일까’ 하고. 답변을 쭉 읽어보니, 진실에 가까운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자명한 사실임에도 이에 관해 학생 기자인 본인은 할 말이 참 많다. 


본지 12면에서는 탈북 청소년들의 교육 환경을 살펴보기 위해 두리하나국제학교를 찾았다. 탈북 과정과 생활사, 힘든 기억을 취재해야 한다는 사실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픈 기억을 콕 집어 들춰 내는 것, 기자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참 할 짓이 못됐다. 예상했듯 인터뷰를 꺼리는 취재원이 대다수였다. 물론 개중에 조심스레 속마음을 전하는 분들도 있다. 순간의 떨림을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 말 한 마디가 종이로, 또 사회로 옮겨질 때 용기를 내어준 인터뷰이에게 혹여 피해를 끼치진 않을까, 어느 정도의 내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노심초사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수단의 비참한 실상을 고발한 케빈 카터의 사진 ‘독수리와 소녀’는 직업적 소명을 다해야 하는 기자의 속내를 샅샅이 보여준다. 해당 보도사진은 지독한 굶주림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녀를 노리는 독수리의 모습을 담았다. 이는 케빈 카터에게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축복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이도 잠시, ‘사진보다 먼저 소녀를 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회의 비난을 견디다 못한 그는 자살을 택하고 만다. 


동행한 동료에 의하면 그는 소녀가 급식센터로 가던 중 잠시 쪼그려 앉은 동안 사진을 찍었고, 이후 곧바로 독수리를 쫓아냈다고 한다. 또한 사진을 찍고서 안타까움에 한참을 혼자 울었다는 뒷이야기다. 냉철한 머리 이전에 따뜻한 가슴을 지녔던 그의 죽음이 시 사하는 바는 크다. 


‘기자’들의 숙명적 고민. 윤리적 가치와 직업적 소명 사이의 해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와중에 변치 않는 사실이 있다. 단언컨대, ‘기자’라면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캐묻고, 또 캐묻고 다시 물어봐야 하는 점이다. 꼭꼭 숨겨뒀던 슬픈 이야기를 도리어 세상으로 꺼내 보는 일, 그 속에서 기자는 배우고, 익히며, 정확해야 한다. 개인이 인간적 윤리를 실천할 때 인류애를 실천하는 이들이 기자이기 때문이다. 


수습기자 시절 김남필 전 팀장님의 수업이 떠오른다.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기자란 사실을 가지고 진실을 발견하는 자라는 그 말이. 진실이 항상 좋을 순 없지만 세상은 여전히 진실을 필요로 한다고 감히, 말해본다.


이시은 기자  3214338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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