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한국의 대학생과 북한의 유학생

1956년 헝가리 혁명과 한국인들 장두식(일반대학원) 초빙교수l승인2017.05.23l수정2017.05.23 15:43l142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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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6년 혁명-스탈린 동상 파괴

 

 

 

 

 

 

 

 

 

 

 

 

 

195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혁명–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의 봄–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철의 장막이 무너지는 역사적 장면들이다. 그 중 헝가리 반소자유화 혁명은 강철처럼 견고해 보였던 동구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조짐을 서방 세계에 처음으로 알려준 세계사적인 사건이었다. 우리는 지금도 김춘수 시인의 장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을 통하여 이 혁명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헝가리 혁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의 대학생들이 ‘헝가리 자유수호 학도의용군’을 결성한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단장이었고 유재건 전 국회의원 등이 참여한 학도의용군은 김용우 국방장관에게 참전을 요구했으나 외교관계상 허락되지 않았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헝가리는 6·25 전쟁 때 북한을 지원한 적성국이었고 당연히 한국과 외교관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1989년 한국과 수교한 후 헝가리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학도의용군에 참여한 인사들에게 십자훈장을 수여했다.


김춘수 시인만이 아니라 다른 한국 문학인들도 1956년 12월 25일 단행본 『헝가리 비가』를 출간하여 헝가리 혁명을 지지했다. 이 책에 수록된 양명문의 “Korea 한국의 피 끓는 삼천만은 총칼 같은 손길을 펴/당신들의 항쟁의 대열을 따라/용감히 진격하고 있습니다.”(「헝가리 사람들이여」)라는 시를 보면 헝가리 혁명에 대한 문학인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 1956년 혁명 60주년 포스터

 

 

 

 

 

 

 

 

 

 

 

 

 

 

 

 

 

 

 

 

 

 

한국인들 중에 헝가리 혁명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헝가리에 유학 온 북한 유학생들이었다. 스탈린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그들은 헝가리 혁명의 도화선을 당겼던 부다페스트 공대 학생들과 처음부터 함께 했다. 소련군과 무력으로 대치하기 시작한 헝가리 대학생들 대부분이 무기사용법을 몰랐다고 한다. 이런 헝가리 대학생들에게 참전 경험이 있던 북한 유학생 일부가 무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함께 모리츠 지그몬드 광장에서 소련군과 대결을 벌였다. 초머 모세 교수의 책 『헝가리 부다페스트로!』(2013)를 보면  북한 유학생들이 헝가리식 팬케이크인 뻘러친터를 만드는 프라이팬을 뒤집어 소련군 탱크의 진격로에 뿌려두는 전술을 전수했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한다. 이 프라이팬들은 대전차 지뢰와 비슷하게 생겨서 거리에 뿌려진 팬 때문에 소련군 탱크들이 자유롭게 이동을 못했고 혁명군이 던진 화염병의 제물이 됐다. 부다페스트만이 아니라 베스프렘 같은 지방도시에서 공부하고 있던 북한 유학생들도 소련군과 싸우는 헝가리 혁명군을 지지했다는 기록들이 남아 있다.


헝가리 혁명이 실패한 후 북한 당국은 유학생들을 모두 소환했는데 소수의 유학생들은 자유를 찾아 오스트리아를 거쳐 서방세계로 망명을 하였다. 초머교수의 책에 의하면 강제 소환된 학생들은 김일성대학에 헝가리 혁명을 지지하는 벽보를 붙이거나 선전 삐라를 뿌리기도 했다고 한다. 서방세계에 망명을 한 유학생 중에 한국에 와서 의학공부를 한 후 미국에 정착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김춘수 시인이 1950년 한강에서 죽임을 당한 소녀와 1956년 부다페스트에서 죽임을 당한 소녀를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노래하고 있듯이 자유를 되찾고자 일어난 헝가리 혁명에 대해서 남과 북의 한국인들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지지를 했던 것이다.

 


장두식(일반대학원) 초빙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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