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김애란『두근두근 내 인생』
가족 - 김애란『두근두근 내 인생』
  • 단대신문
  • 승인 2017.05.23 12:49
  • 호수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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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당신의 계절, 꽃길만 걷게 해줄게요

 

 

 

저  자     김애란
책이름     두근두근 내 인생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11. 06. 20.
페이지     p.354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엄마 아빠와 아들, 단란한 3인 핵가족. 부모는 사랑해서 자식을 낳았고, 둘이 하던 사랑을 셋이서 같이 하게 된 가족. 흔치 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부모는 열일곱에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희귀병에 걸려 해마다 죽을 고비를 넘긴다. 엄마아빠가 자신을 낳았던 해와 똑같은 만큼 살았지만 시간을 달려서 그들의 나이를 추월해버린, 『두근두근 내 인생』의 아름이 가족의 이야기다.


조로증,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남들보다 여덟 배 일찍 늙는 병. 몸이 자라는 속도를 마음이 따라가야 한다던 아름이는 철도 일찍 들었다. 힘겹게 병원비를 마련하는 가난한 부모의 짐을 덜어주고자 성금을 모금하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온갖 책들을 읽고서 ‘애늙은이’처럼 말도 의젓하게 한다. 엄마아빠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던 아름이가 죽기 직전 완성한 소설 <두근두근 그 여름>은 벌써부터 발랑 까졌다며 남들이 손가락질하던 엄마아빠의 어린 사랑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누가 그러는데 자식이 부모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대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중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 생각해냈어요. 그럼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자식이 되자고.”

“너 같은 애는 아프면 안되는데.”

“엄마 있죠 나 같은 애는…… 나같이 정말 괜찮은 애는 말이에요, 나 같은 부모밖에 못 만들어요.”

 

인간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가족이 필요하다.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자의가 아닌 어떠한 운명 같은 것에 의해 맺어진다. 세상에 태어나 만나는 최초의 타인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러나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가족의 품 안에서 우리는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가장 서로를 잘 알기에 못난 모습도 가장 잘 안다. 가장 속마음을 잘 알기에 가장 소통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가장 편안하기에 진심을 표현하기 가장 불편하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 가족의 사랑은 돌연히 변한 유전자도 어쩌지 못한다.


우리가 무지개색으로 칠해지는 동안 부모의 무채색은 더욱 짙어져간다. 다 큰 자식들의 선생님, 친구, 애인에게 필요의 자리를 내주고서 슬며시 뒷자리로 가 앉으신 부모님. 어느날 뒤돌아보면 벌써 와 등 뒤에 서 있는 계절처럼, 부모님은 늘 같은 자리에 있다. 오월의 아름드리나무처럼 두 팔 벌려 안아줄 준비를 하고서. 초록이 무성하던 엄마아빠의 두근두근 그 여름이 시작되었던, 그리고 내게 두근거리는 인생을 선물해준 부모님께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지 두근대는 달. 활짝 핀 카네이션을 따다가 ‘꽃길만 걷게’ 해주고 싶은 5월이다.
 

강효진(국어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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