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그 뒤의 이야기
축제, 그 뒤의 이야기
  • 김한길 수습기자
  • 승인 2017.05.23 18:31
  • 호수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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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마지막은 열기와 흥분과 감동, 그 자체였다. 자정이 넘자 사람들은 캠퍼스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뛰어가는 사람, 비틀대며 걷는 사람. 다양한 모습 속에서도 하나같이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걸려있다. 우리가 축제를 즐겁게 즐길 수 있던 것은 바로 연어와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모든 물고기가 하류로 내려갈 때 연어는 홀로 물살을 헤치고 상류로 올라간다. 남모르게 구슬땀 흘리며 축제가 끝난 뒤에도 도와주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일개미를 자처한 사람들

공허하다. 싸이를 연호하는 관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던 노천마당엔 쓸쓸한 적막만이 감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흩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노천마당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펜스를 끄는 쇳소리가 노천극장의 적막을 깬다. 총학생회 소속 무대 도우미 일개미. 유난히 밝은 조명 아래 파란 텐트. 그곳에서 개미처럼 검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차디찬 밤공기 속에서 뜨거운 입김을 내며 분주하게 짐을 옮긴다.

펜스에 기대 그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중 땀을 뻘뻘 흘리며 박스를 옮기던 한 학우가 환한 웃음으로 내게 인사를 건넨다. 이승준(법학·1) 씨는 모든 일개미가 한 달 이상은 준비했어요라며 다소 거친 숨을 내뱉는다. 한 달간의 준비 기간이 제법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그래도 관객들이 행복하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준비 기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라며 웃음 지어 보인다. 아직도 다른 업무가 남아있냐는 걱정 섞인 물음엔 정리가 끝나는 대로 주점 뒷정리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곰상 쪽으로 올라가서 진행 상황을 아침 6시까지 보고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이 씨는 힘들어도 자신이 맡은 일은 끝까지 해야 한다며 밝게 웃는다.

 

#추억을 선물해준 사람들

곰상에 도착하자 조명으로 붉게 물들었던 주점에 새벽 먼지가 내려앉아 한결 차분하게 느껴진다. 달그락거리는 그릇 씻는 소리가 새벽녘의 은은하게 비치는 별빛과 어울린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새벽하늘을 지붕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힘들었던 오늘을 서로 위로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유난히 바쁘게 움직이던 이가 눈에 띈다. 오상우(도시계획부동산·3) 씨는 음식 재료가 다 떨어져 3번이나 재료를 다시 사서 가져와야 할 만큼 바빴다. 하지만 몸은 힘들어도 다들 주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신 것 같다며 뿌듯함을 전한다. 오 씨는 송골송골 맺혀있는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상기된 얼굴이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가리며 다들 놀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두 팔 걷어 주점을 도와준 후배들한테 진심으로 미안하고 고맙다며 미소를 짓는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마무리를 해주는 사람들

어느덧 동이 튼다. 비로소 축제가 막바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음을 실감하며 도서관 오른쪽 길을 걸어 내려가던 중 부스를 실어가는 트럭들이 지나간다. 쓰레기를 치우시는 미화원들이 보인다. 늘 학교의 환경을 위해서 애써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니 학생도 취재하느라 고생한다며 웃음으로 응답해주신다.

시작이 중요하듯이 마무리도 중요하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다들 첫차를 타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간에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화산 폭발과 같은 축제의 분출이 끝난 뒤 평온하고 안정적인 일상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 수고를 다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또다시 일상의 안온함으로 돌아올 수 있다.

 

 

 

 

 

김한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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