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인 캠퍼스 7 마그리트 <사랑의 원근법>

초현실적 이미지의 연금술 단대신문l승인2017.05.30l수정2017.05.30 10:19l1428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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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초현실주의란 20세기에 들어 새롭게 등장한 예술운동으로 종래의 합리적 세계관(世界觀)에 반기를 들고 무의식(無意識)의 세계, 꿈의 세계, 비합리적(非合理的)인 세계를 그리고자 한 유파이다. 이들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합리적인 세계란 우주의 피상적 외양일 따름이며 근원적인 세계는 비합리적이고 무의식적인 세계라고 생각하여 그러한 무의식의 세계를 표출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았다. 여기에는 당시에 새롭게 대두했던 프로이트의 심층심리학의 영향이 강하게 깔려있기도 하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비합리적인 무의식의 세계를 표출하기 위해 썼던 구체적인 표현방법은 자동기술법(自動記述法)과 그 일종인 데칼코마니(Decalcomanie), 프로타주 (Frottage), 콜라주(Collage), 그리고 데페이즈망 (Depeysement)등인데 이러한 조형방법은 당시 새롭고 혁명적인 기법이었다. 마그리트가 즐겨 사용한 방법은 데페이즈망으로서 이 방법은 사물을 본래 있던 장소에서 떼어내어 전혀 다른 장소에 등장시킴으로써 새롭고 신선한 충격을 보는 이에게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마그리트 회화에서의 데페이즈망은 다른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화풍과는 좀 다른 데가 있다. 마그리트는 두 개의 이질적인 사물의 형상을 하나의 형상으로 만나게 하는 방법에서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물들을 억지로 결합하는 부담스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어딘가 사물의 외양이 풍기는 이미지가 어떤 방향으로든 연결점이 가능할 때 두 사물을 결합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연기를 뿜는다고 하는 점에서 이미지의 연결성을 가능하게 하는 벽난로와 증기 기관차의 만남이라든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와 새의 날갯짓과의 이미지의 유사성에서 착안한 잎사귀와 새와의 일체화, 또는 홍당무와 술병과의 기이한 만남 등, 독특한 회화적 방법론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에서도 그러한 마그리트 회화세계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먼저 구도를 보면 화면 전체를 균제감 있게 메우면서 그려진 문(門)의 수직적 방향성에 의해 어딘가 엄숙하면서도 고요한 정조(情操)를 느끼게 된다. 그러한 정조는 난데없이 뚫린 커다란 구멍에 의해 기이하고 충격적인 분위기로 돌변하고 있다. 문 앞의 벽에 의해 결정지어진 일상적인 정경과는 달리 뚫린 구멍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현실과 비현실이 교묘하게 혼연일체 된 신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배경으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옆에는 분홍색 건물이, 그 건물 옥상 한구석엔 기이한 구체가 놓여 있다. 녹색의 나무 한 그루는 거대한 한 장의 나뭇잎처럼 변형되어 그려져 있다. 그것은 나뭇잎과 나무의 이미지 연결성을 염두에 두고 착안한 유사 이미지의 상호 결합에 의한 마그리트 특유의 형상인 것이다. 마그리트는 잎사귀임을 강조하기 위해 거대한 잎사귀의 윗부분을 슬쩍 말아 내린다든가, 잎사귀의 한 부분이 건물에 닿아 굴곡이 진 듯한 표현을 해 놓았다. 그리고 이상한 구체에 의해 정경의 수수께끼 정조가 조용히 강화되고 있음을 본다. 

이 그림에서 문은 현실의 세계, 일상의 세계를 암시해 주고 있고 그 문의 가운데를 뚫음으로써 일상의 의식을 뚫고 초현실적인 세계로 발을 딛는 시각에의 전환을 보여 주고 있다. 마그리트는 여기서 먼지 낀 일상의 시각에 의해 가려졌던 존재의 신비와 경이를 초현실적 상상력에 의해 열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임두빈(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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