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치기구 수난시대

위기의 대학가 총학생회 이상윤·김익재 기자 정리=남성현 기자l승인2017.05.30l수정2017.05.30 12:41l142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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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 현대사의 민주주의를 일궈내며 학생사회 전반을 차지했던 총학생회. 부당한 현실에 맞서 세상을 바꿨던 격동의 시대. 그 중심에는 항상 총학생회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보다 나은 대학 문화를 추구했던 총학생회의 역사와 의미는 상당하다.

그런 총학생회가 최근 대학가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미 서강대, 서울여대, 숙명여대, 한국외국어대 등 여러 대학이 총학생회 없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연세대의 경우 투표율 저조로 인해 56년 만에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복지와 권리를 책임지는 총학생회의 부재가 가속화 되는 이 시점에서 학생자치기구의 현주소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본지는 중앙Sunday 및 수도권 13개 대학 학보사와 연합해 대학생 926명을 대상으로 사라져가는 총학생회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총학생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필자 주>

 

■‘총학생회 활동할 생각 없다’ 74.2%…일손 부족한 총학생회

일부 대학은 ‘총학생회장 후보 불출마’와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율 미달’과 같은 이유로 총학생회 없는 1년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최근 총학생회 활동을 꺼리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후보가 등장하거나, 아무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아 선거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은 총학생회 활동을 회피할까?

 

# ‘취업’이라는 현실 앞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

<중앙선데이> 및 수도권 13개 대학 학보사와 연합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학생회에서 활동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전체적으로 13%를 밑도는 저조한 응답률을 보였다. 이는 취업 준비에 따른 부담감이 총학생회 활동 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총학생회장’이라는 경력이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해 선거에 출마하는 데에 학생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총학생회 활동을 인정해 주는 기업은 줄어들고, 과거 ‘데모’를 하는 총학생회의 과격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노조를 결성할 위험이 있다고 피하는 경우도 있어 활동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많았다.

김두호(신소재공·2) 씨는 “총학생회 활동은 과 생활과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차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며 “학업과 취업 준비조차 복잡한데 총학생회 활동까지 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죽전캠퍼스 구예지(국어국문·4)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장 출신이라고 하면 기업 면접에서도 말을 못 꺼낸다. 노조를 만들어 활동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기업에서 요구하는 소위 ‘스펙’의 항목이 다양해지고 어려워지면서, 총학생회 활동을 학업과 병행하는 데 따르는 부담도 총학생회 활동을 기피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천안캠퍼스 이재권(녹지조경·4) 총학생회장은 “학과 특성상 이공계이다 보니 자격증이나 과제, 졸업 작품 등 신경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총학생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일이 너무 많아져 어쩔 수 없이 꿈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총학생회, ‘잘해야 본전?’

# 하고 싶은 사업은 많지만…부족한 학생회비에 골머리 앓는 총학생회

학생들의 선호에 맞는 사업을 진행하려면 우선 ‘돈’이 필요하다. 총학생회는 재학생에게 필요한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재원을 학생들이 납부하는 ‘총학생회비’로 충당하는데, 문제는 총학생회비 납부율이 죽전캠퍼스의 경우 1·2학기 평균 △2014년 51% △2015년 47.5% △2016년 47%, 천안캠퍼스의 경우 1·2학기 평균 △2014년 47% △2015년 40.5% △2016년 41.5%로 해가 갈수록 하락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죽전캠퍼스는 학생회비 7,000원, 천안캠퍼스는 1만2,000원이지만 전체 납부율이 50%를 넘지 못한다. 이를 근거로 봤을 때, 천안캠퍼스 총학생회의 경우 1년 동안 약 5,000만원을 가지고 사업을 꾸려 나가야 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흡연부스 설치와 같은 사업은 기본 2,000만원을 웃돈다. 연간 이행해야 할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닌 상황에서 이렇게 큰 금액은 총학생회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천안캠퍼스 김현재(식량생명공·4) 총학생회 복지위원장은 “예산이 부족하면 기획 자체를 시작하기가 힘들고, 연례행사의 경우 사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는 동시에 학생들의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동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 신뢰도 얻기까지 수개월, 잃는데 며칠

학생들을 대표하는 기구이다 보니 재학생 간의 소통은 빼놓을 수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총학생회는 실시간으로 소식과 정보를 피드백 할 수 있는 대학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정보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SNS의 특징으로 인해 근거 없는 소문이나 예산, 선거 관련 루머가 확산되면 이제까지 쌓아온 이미지가 무너지고 총학생회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구 학생회장은 “SNS를 통해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아 볼 수 있고 익명의 댓글들이 확실히 좋은 지적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근거 없는 무차별적 비난도 존재한다”며 “근거 없는 소문들로 안 좋은 제보가 들어오면 대처할 방법이 없어 어렵다”고 밝혔다.

 

부진한 투표율, 외면받는 학생자치기구

총학생회의 대표를 선출하는 총학생회 선거조차 사정은 좋지 않다. 갈수록 줄어드는 투표율과 함께 학생들의 관심 또한 줄어들면서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죽전캠퍼스의 경우 △2014년 36% △2015년 38.2% △2016년 34.4%, 천안캠퍼스의 경우 △2014년 40% △2015년 26.7% △2016년 35%로 대체로 투표율이 과반수에 미치지 않을뿐더러 죽전캠퍼스의 투표율은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 총학생회 선거 투표 42.2% ‘참여 안 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총학생회 선거에 참여한 학생은 57.3%, 그렇지 않은 학생은 42.2%로 대학 구성원 상당수가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20대 사전투표율이 1위(264만 9,303명)를 기록하면서 청년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과 높은 정치적 관심이 여실히 드러난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그렇다면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28.4%로 가장 많은 학생이 고른 이유는 바로 ‘관심이 없어서’이다. 우리 대학의 허주향(치위생·3) 씨는 “학과 일 이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투표 자체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어디서 어떻게 투표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참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수업 및 취업 준비로 바빠서(15.6%)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14.1%) △투표할 상황이 아니어서(6.4) △알지 못해서(5.9%) △총학생회가 없어도 될 것 같아서(1.8%)와 같은 이유가 뒤를 이었다.

 

줄어드는 관심, 이대로 좋은가

이렇듯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로는 취업준비로 인한 시간부족과 관심부족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총학생회의 줄어든 입지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 올 것이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대학본부와 논의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만큼 대학 내에서 학생들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그만큼 작아진다. 목소리를 대변해줄 통로를 잃는다는 것은 결국 권리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여린 소리가 모여 소통의 장을 만드는 작지만 큰 대학사회. 그 시작에는 언제나 총학생회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상윤·김익재 기자 정리=남성현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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