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호 셰프 :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요리를 꿈꾸다
최광호 셰프 :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요리를 꿈꾸다
  • 박정은 기자
  • 승인 2017.05.30 13:40
  • 호수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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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배우는 것보다 먹어보는 것이 최고의 공부”

Prologue

인간 삶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음식. 하지만 단순히 생명 유지를 위해 섭취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음식을 ‘보여주는’ 시대이다. <마스터셰프코리아>에서 우승하며 보여주는 요리의 시대를 연 최광호 씨. 우승을 한 뒤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중요한 결단을 앞두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16일 신촌의 한 카페에서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요리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나.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이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요리를 시작하게 된 것 같다. 또 미식가이신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맛’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게 됐다.

 

▶ 요리를 본인의 업으로 삼게 된 계기는.

요리를 하다 보니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을지를 연구하다 보니 요리에 관심이 갔다. 또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도 요리였다.

 

▶ 그렇다면 본인에게 요리란.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에게 요리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요리는 내가 하는 것도 즐겁지만 남을 위해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남을 위한 요리는 내 입맛에 안 맞더라도 남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더 노력이 필요하다. 남을 위해 하는 것, 그것이 나의 요리이다.

 

▶ 원래는 대기업 취업이 목표였다고.

CJ와 같은 요리계 대기업의 운영 과정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기업의 공채 응시 자격은 학사(Bachelor’s Degree)였고 호주에서 취득한 내 학위는 전문대와 학사 사이인 Advanced Diploma였다. 학위 문제로 응시 자체가 안됐고 당시의 실망감 때문에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던 경험이라 극복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꼭 대기업 취업이 아니더라도 요리와 연관돼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주방 아르바이트부터 다시 시작했고 메인 셰프까지 오를 수 있었다.

 

▶ 살다보면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 둘이 다를 때는 어떡하나.

그게 진짜 어렵다.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굉장히 다르다. 그게 일치한다면 좋겠지만 일치하지 않는다면 선택이 필요하다. 본인이 실리를 추구한다면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그것을 잘 해내야 하고, 인생의 행복이 중요하다면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 인스타그램에 ‘먹방’을 많이 올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SNS는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다. 어디서 뭘 먹었는지 차곡차곡 정리하는 느낌. 내가 나이기 위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냥 습관 같은 것이다. 먹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놓으면 플레이팅이라든지, 그때 먹었던 맛 등을 언제든지 찾아서 볼 수 있다.

 

▶ 요리 이외의 취미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활동적이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엔 스피닝 강사를 했고 요즘은 필라테스를 한다. 어렸을 때 뚱뚱했다가 살이 빠지고 난 후 다시 찌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꾸 움직이는 것이 습관처럼 됐다.

 

▶ 되도록 많은 음식을 먹어보려고 노력한다고 들었다.

직접 요리를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어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밖에서 사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먹어보는 경험이 없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음식을 싱겁게 먹다 보니 마스터셰프코리아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가지를 먹어봐야 더 가깝게 흉내도 낼 수 있고 요리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요리는 배우는 것보다 먹어보는 것이 최고의 공부라고 생각한다.

 

▶ 어떤 요리사가 되고 싶은가.

요리에만 집중하는 전문적인 요리사의 느낌보다는 ‘백종원’ 같은 요리 연구가가 되고 싶다. 내가 만든 요리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중에 매장도 카페테리아나 가벼운 스타일의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 요리사는 대부분 근사한 레스토랑을 내고 싶어 한다고 알고 있었다. 편견이었나 보다.

고급 레스토랑이 싫을 리가 있나. 하지만 나의 목표는 음식 자체가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것보다 간단하면서도 더 널리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기분이 안 좋다가도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그런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

 

▶ 향후 어떤 길을 갈지 궁금하다.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라고 나 자신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방송 일을 계속하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내 매장을 내고 싶다. 매장과 관련한 인테리어부터 트렌드, 기술 등 모든 것을 알고 싶다. 내가 다 알고 원하는 것이 명확해야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를 위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할지 생각하고 있다.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흰색 위에 빨간색을 덧칠하면 분홍색이 되고, 파란색을 칠하면 하늘색이 된다. 나의 색과 다른 색을 중화시켜 나만의 색을 만들고 싶다.

 

▶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결단을 내리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포기하든 선택하든 최대한 빨리 결단을 내리고, 시작하면 미련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미련이 남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진다. 선택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pilogue

인터뷰를 하면서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운이 따랐다고 말했지만, 일찍부터 본인의 길을 고민하고 확신이 들면 바로 실행했다. 돌아갈 곳을 차단하기 위해 대학을 자퇴하고, 마스터셰프코리아를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꼭 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것을 위해 마음만 먹는 것이 아닌 ‘당장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 그는 항상 선택의 순간에서 선택을 미루지 않았고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청춘들, 그의 말처럼 고민은 잠깐 접어두고 일단 실행에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박정은 기자
박정은 기자

 3216179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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