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 - 샐린저『호밀밭의 파수꾼』
자아실현 - 샐린저『호밀밭의 파수꾼』
  • 단대신문
  • 승인 2017.05.30 14:53
  • 호수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를 떠나는 너에게

 

저  자    재롬 데이비드 샐린저
책이름    호밀밭의 파수꾼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01. 05. 30.
페이지    p.286


나는 타자다. 나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타자에 의해 내가 정의된다는 주장은 끔찍하다. 자신이 정의하는 유일한 나의 개념은 사라지고 타자와의 구별로서만 자아에 의미가 생겨난다. 토익, 대외활동, 인턴, 제2외국어, 그렇게 우리를 조이는 환경에 우리가 초연하지 못하고 흔들린다. 우리가 매번 휴학을 고민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래서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학교를 나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쫓겨난다. 그가 명문 학교인 팬시 고등학교에 제대로 출석하지도 않고 주위를 빙빙 맴돌았던 이유도 학교라는 구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다.


가출을 시도한 홀든은 과감하게 뉴욕 이스트사이드에 호텔을 잡는다. 홀든은 그를 규정하는 모든 구조에서 벗어나려 한다. 학교, 가정과 같이 그를 전통적으로 정의하던 장소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찾는다.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선 기존의 구조를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에 있는 동안 홀든은 처절하게 깨져 나간다. 콜걸을 불러보지만 간단한 술 한 잔도 못하고 그녀를 돌려보낸다. 술집에 있는 요부들과 심지어 택시기사에게 말을 붙여보지만, 누구도 홀든과 같이하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서 공허해진 자신을 깨달은 홀든은 결국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보러 간다. 홀든은 조심스레 동생의   방에 가지만, 피비 콜필드는 집에 돌아온 그를 반기면서도 되레 그를 꾸짖으며 오빠는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

 

“나는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결국 홀든은 피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다. 타인과 철저히 구별하는 자아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가 며칠간 뉴욕에서 보낸 시간은 결핍된 자신이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시간이다.


학교에 남는 선택이나 휴학을 하는 선택보다 중요한 건 먼저 나의 자아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타자에게 흔들리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모두 홀든처럼 결핍된, 어딘가 나사 빠진 자아를 가졌기 때문이다. 어느 선택을 해도 상관없다. 그것보다 우선 사랑해야 한다, 그런 나를.


박준수(무역·4)

단대신문
단대신문 다른기사 보기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