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블라인드 채용
  • 신진(교양대학) 교수
  • 승인 2017.08.29 15:08
  • 호수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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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에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한다고 한다. 채용과정에서 편견이 개입되어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출신지, 학력, 신체조건 등을 제외시키고 오직 실력과 인성만으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원자들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주고 오직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 취지이다.

수없이 이력서를 써도 서류전형에서 배제되어 실력을 겨뤄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지원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구직의 첫 단계에서부터 좌절을 겪지는 않게 될 테니 말이다. 또한 공고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인사 채용에 있어서 채용자의 목표는 그 조직에 적합하고 도움이 될 우수한 인재를 뽑는 데 있다. 채용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자의 능력과 적합성을 평가하게 되는데, 기존의 방식에서 이력서에 필수적인 기재 사항인 출신학교와 학점은 지원자의 지적 능력과 성실함을 보여주는 참고 지표로 작용해왔을 것이고 이를 단지 평가자에게 편견을 주는 요소일 뿐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또한 기존의 방식은 비용이 덜 드는 보다 손쉬운 평가방법이기도 했을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구직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참고자료가 가려진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지원자의 능력과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보다 치밀한 평가방식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야말로 깜깜이(blind, 장님) 채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무와 관련된 기초적인 지식에 대한 평가와 역량지표에 대한 치밀한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 예컨대 역량지표로는 의사소통, 종합적 사고, 자원의 활용, 자기관리, 대인관계 등이 있고 OECD에서는 DeSeCO (Definition and Selection of Competencies) 프로젝트를 통하여 언어기술의 종합적 활용, 이질적 집단과의 협력, 자율적 수행 등 세 가지 지표를 제시한 바 있다. 면접 과정 역시 피상적인 질의응답의 단계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평가의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불공정한 채용시스템을 개혁하여 공정한 채용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지향해야 할 바이다. 다만 어설픈 제도 개선은 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이익을 상쇄하고 넘칠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차별에 따른 불이익은 사라졌더라도 우수한 인재를 선별하지 못하여 조직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면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 채용을 비롯한 인사(人事)의 개혁을 위해서는 인사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결과적으로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그 조직에, 공공조직은 조직사회국가적으로 이익이 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치밀한 이해와 분석이 선행되지 않은 섣부른 변경은 오히려 개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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