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각이 다른 이유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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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9 17:42
  • 호수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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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용성 편향

6월 21일 신학사구조개편안이 처음 발표된 이후 학내는 연일 소란스럽다. 상반된 입장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학본부와 학생들, 그 사이에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얼굴을 붉히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내가 속한 학과가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내가 속한 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의 충돌이었다. 그리고 불안감은 이미 서로를 가로막는 커다란 벽을 하나 만든 듯하다.

◇심리학 용어 중에 가용성 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가용성(availability)은 일부러 노력해서 찾기보다는 당장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즉, 심리학적으로 가용성 편향은 “자신의 경험이나 자주 들어서 익숙하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사람은 자신이 속해 있는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내가 주로 보고 듣는 것을 토대로 이미지를 형성하고 그 이미지를 기반으로 가치관을 형성한다.

대학본부와 학생, 그 둘이 속해 있는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환경적 차이는 장기간에 걸쳐 각자에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대학본부가 학사구조개편의 긍정적인 부분에 주목하고 학생들은 주로 부정적인 부분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지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울려야 한다. 대학의 3주체(교수·학생·교직원)가 서로 반목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조금만 더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궁극적인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은 내가 속해 있는 대학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살아온 환경으로 인해, 가용성 편향이라는 인간의 심리 특성으로 인해 그 방법과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

◇절반이 차 있는 컵을 보고 어떤 사람은 “어,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은 “물이 반밖에 안 남았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인지모델도 이와 같다. 우리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따라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옳고 그름을 논하기 이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혹시 내가 가용성 편향이라는 함정에 빠져 현상의 단면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우나 싫으나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은 결국 함께 가야 할 존재니까.

 

<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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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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