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Blind) 채용

‘같음’은 ‘평등’이 아니다 이준혁 기자l승인2017.08.29l수정2017.09.05 14:07l1429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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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효재(환경자원경제·1)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블라인드 채용’이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에 전면적으로 도입됐다. 민간 영역 또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blind’와 ‘채용’의 합성어로, 인재를 채용할 때 학벌, 경력 등을 배제하고 인·적성, 기능 등에 중심을 둔다는 뜻이다. 취업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블라인드 채용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이다.

블라인드 채용에서의 핵심 쟁점은 어디까지가 ‘스펙’이고 어디까지가 ‘실력’인지다. 한 학생이 토익 950점을 취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건 ‘토익 950점’의 스펙일까, 아니면 ‘영어 능숙’의 능력일까?

현재의 블라인드 채용은 정말 ‘눈먼’ 채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공, 성적, 자격증 등 많아도 너무 많은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 정보 제공을 차단할수록 오히려 능력 중심이라는 핵심 가치가 무색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입사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지원자에 대한 상당수의 정보가 차단되었기 때문에, ‘허가된 정보’만을 보고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이 허가된 정보 안에서 무엇보다 자기소개서, 입사 시험의 논술, 면접과 같은 것들이 중시될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대필과 교육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논술도 취업 학원의 필수 코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면접도 두말할 것도 없이 취업 학원의 필수 코스로 중점적으로 다뤄지게 될 것이다. 이는 당연한 수순이고, 풍선효과처럼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나게 된다.

스펙 보는 것을 줄여야지, 아예 모든 스펙을 없앨 수는 없다. 자격증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해외 관련 직무 지원자만 토익 점수를 제출하게 돼있는데, 요즘과 같은 융합과 글로벌 시대에 어느 분야든 기본적인 영어 실력은 필수라고 볼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학교정보는 블라인드하고 학점은 오픈하되, 특정 지역 출신들한테 지역 할당을 한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입사지원서 세부안’을 보면, 학교와 출신지 기재 역시 금지돼있다. 지역 출신이 미국의 차별철폐조처(Affirmative action)급으로 차별을 받는다고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따져보면 상반되는 정책인데, 이것 또한 공정하다고 현 정부에서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학점, 토익과 같은 자격증 역시도 능력으로 인정해줘야 한다. 다만, 그것이 능력의 전부가 아니다. ‘대학-학점-토익’으로 환산되지 않는 또 다른 능력이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정부에서는 단순히 기재 금지를 요구 할 것이 아닌 열정, 잠재력, 인·적성과 같은 정성적 요소를 어떻게 공정하게 정량화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이준혁 기자  tomato@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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