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70주년 기념 국토대장정 - 쉽지 않은 도전, 그럼에도 포기는 없다
개교 70주년 기념 국토대장정 - 쉽지 않은 도전, 그럼에도 포기는 없다
  • 이준혁 기자
  • 승인 2017.08.29 23:44
  • 호수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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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는 용기를 배운 대원들

■ 우리 대학의 발자취 좇기
국토대장정단은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향한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더위에 학생들의 이마는 땀방울로 가득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고된 여정이 아직은 실감이 안 나는지 청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이다.

▲ 단원들이 완주를 기념하며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국토대장정단의 첫 행선지는 우리 대학 1~3회 졸업식이 진행된 곳인 대구초등학교와 부산광역시의 광복교회, 그리고 부산의 남성여자고등학교이다. 고재옥(해병대군사·2) 씨는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장소를 방문하며 우리 대학의 역사적 초석을 되짚을 수 있던 뜻 깊은 장소”라는 소감을 밝힌다.

 

■ 서로를 향해 돋보이는 배려
오늘은 고대하던 첫 행진이 시작되는 날. 그만큼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황수연(공공관리·4) 씨는 “성공적으로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다. 

▲ 태극기를 들고 독립기념관에 들어오는 대원들

하지만 따가운 햇볕에 학생들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예상치 못한 복병도 찾아왔다. 출발할 때는 ‘이 쯤이야’했던 배낭 이 어깨를, 그리고 온몸을 짓눌러온다. 천근만근한 무게를 버티지 못한 대원들의 여린 발바닥에 하나둘씩 물집이 잡히고 만다. 하지만 아직 포기는 이르다며 학생들은 배낭을 받쳐주고 등을 밀어주며 서로를 응원한다. 약 4시간을 쉴 새 없이 걷다보니 저만치 숙소의 모습이 보인다. 대원들은 “첫 일정을 마쳤는데, 벌써 완주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다. 

첫 행진을 하면서 하고 싶은 말들이 가득했던 것일까. 저녁 레크리에이션 편지쓰기 행사는 단연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이내 사각사각 펜 소리가 귓가를 메운다. 김태훈(경영·4) 씨는 “취업준비생인 나를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그동안 무심했다”며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고 말한다.

 

■ 그칠 줄 모르는 비, 야속하기만 한 하늘
열대야 속, 대형선풍기 2대가 전부였던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학생들이 신음소리를 연신 토해낸다. “팔은 왜 아픈지 모르겠어. 우리가 취재원분들처럼 카메라를 들고 다닌 것도 아닌데 말이야”라며 웃음 섞인 농담도 건넨다.


개인 정비를 마치고 하나둘씩 대기하는 학생들은 늘어나는데, 날씨가 말썽이다. 어젯밤부터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줄기는 폭우가 돼 그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비 오는 날에는 옷과 짐이 무거워져 배로 힘들다”며 하소연하는 이유정(몽골·2) 씨의 표정이 어둡다. 


장정 3일차 오전 행진의 마지막 장소는 노근리 평화기념관. 한국전쟁의 숨겨진 악몽인 노근리 사건의 경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노근리 사건은 6·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25일에 미군이 노근리의 경부선 철도 아래와 노근리 쌍굴다리에 피신하고 있던 인근 마을 주민 수백 명을 무차별 사격한 잔혹한 사건이다. 노근리 사건 관련 동영상이 끝났지만, 한동안 학생들의 사이에서는 침묵만이 감돈다. 

 

■ 적응하는 우리, 늘어가는 추억
익숙한 멜로디, 생일축하 노래가 거리를 가득 메운다. 대원 중 한 명이 생일을 맞았다. 생일 주인공인 김현준(수학·1) 씨는 막춤으로 보답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김 씨는 “국토대장정에서 생일을 맞아 더욱 뜻깊은 여정이 됐다. 부모님과 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완주로 보답하고 싶다”며 기뻐한다.

더위를 피해 꿀 같은 휴식시간이 주어지자 학생들은 “아픈 데 있어?”라고 물었던 처음과는 달리 “야, 이제는 안 아픈 데가 없다”며 서로의 건강을 살핀다. 박수진(생활음악·3) 씨는 “발목과 종아리 근육통이 심하지만 아직까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이혜린(생활음악·4) 씨는 “끝까지 참여하려는 의지는 대단하지만 건강을 최우선으로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눈 깜짝할 새 휴식시간이 지나가고 기나긴 여정을 앞둔 대원들은 카메라 앞에서 웃으며 추억될 모습을 남긴다.

저녁 식사 후, 생활체육학과와 운동재활처방학과 학생들의 마사지 봉사 손길이 이어진다. 봉사자로 참여한 지근성(생활체육·3) 씨는 “국토대장정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손발 벗고 나선다. 마사지를 받은 장현아(식품영양·3) 씨는 “오랜 시간 걸으면서 뭉친 근육을 부드럽게 마사지해주신다”며 피로가 풀렸다고 답한다. 


■ 쉽지 않은 여정, 그 속에서 느끼는 감동의 순간들
장정 6일차 오전 6시, 습한 공기에 일찍 눈을 뜬 대원들은 행진을 떠날 채비가 한창이다. 발에 테이핑하고 짐을 재정비하는 학생들의 손이 분주하다. 국토대장정 마지막 날이 다가온 만큼 짐 가방을 꾸리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묻어있다. 깃발을 들고 선두로 나선 임태혁(분자생물·4) 씨는 “계속 선발대와 간격을 좁혀야 하는 후발대가 가장 힘들 것”이라며 “모두 함께 완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저녁 레크리에이션 시간, 잔잔한 음악이 깔리더니 곧바로 대원들의 부모님이 직접 촬영한 영상편지가 벽면을 장식한다. 처음에는 당황해 하던 학생들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진다. 이다윤(무역·4) 씨는 “부모님께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며 눈물을 훔친다. 그 어떤 날보다도 가장 힘들었을 하루를 위로받은 대원들이 오늘만큼은 웃으면서 잠을 청한다.
 

■ 불타올랐던 전야제
장정 8일차 마지막 날을 성대하게 보낼 전야제가 막이 올랐다. 노래, 연극, 춤 등 대원들은 자신이 준비한 것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쌓였던 피로를 씻어 내리는 듯 하다. 행진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공연까지 틈틈이 준비한 학생들의 열정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총학생회가 비밀리에 준비한 공연으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마지막 밤을 기념하는 듯 전야제는 한동안 그 열기가 식지 않았다.


■ 노력의 결실을 맺은 마지막 날

▲ 완주 기념 메달을 수여하는 장충식 이사장

오지 않을 것 같던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김현준(수학·1) 씨는 “갑작스러운 인연이지만 서로 힘을 모아 완주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한다.

오후 1시 죽전·천안캠퍼스의 대원들이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마지막 장소인 독립기념관 입구에 모두 모였다. 대원들은 단복을 갖춰 입고 당당하게 걸어가며 젊음의 패기를 뿜어낸다. 하늘에서는 힘들었을 학생들의 땀을 닦아주듯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장충식 이사장, 장호성 총장, 윤주경 독립기념관장의 축사가 있었다. 또한, 그 자리에는 학부모도 참석해 고생한 대원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실감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부둥켜안기도 하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이 기나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 Epilogue
긴 여정이 끝났다. 카메라 셔터를 닫고 취재 노트를 덮으며 지난 8박 9일 간의 여정을 떠올린다. 유난히도 짓궂었던 날씨. 쏟아지는 소나기와 작열하는 태양은 우리의 걸음을 더디게 했다. 취재를 마치고 버스를 탔을 때  코를 찌르는 파스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고된 여정이었지만 막상 끝이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다. 끝이란 늘 이렇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무언가를 매듭지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무섭게 찾아오는 공허함.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러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모든 일에 끝이란 없다. 우리 조상들이 떨어지는 별이라고 이름 붙여준 혜성도 사실 영겁의 시간 동안 태양 주위를 도는 별이 아니었는가. 이번 국토대장정의 끝이 단순히 바삐 움직였던 다리를 멈추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붓을 던지고 추운 만주로 걸어가던 스물셋 장형 선생의 뜨거운 입김. 사형 집행 하루 전 엄마가 보고 싶어 벽을 긁었던 이름 모를 독립투사의 흐느낌. 해방됐다는 사실을 듣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우레와 같은 군중들의 만세 소리까지.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그들도 우리도 모두 청춘이라는 사실을.

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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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mato@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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