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세상으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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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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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라스 이야기

◇ 요즘 사회가 동성애 찬반 문제로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가 ‘동성애·동성결혼 개헌반대 전국교수연합’ 명의로 낸 ‘동성결혼·동성애 합법화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대학교수 2000여 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해당 성명서는 동성결혼을 허용하려는 헌법 개정 시도는 건강한 가족에 기반을 둔 사회의 기본 틀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이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와 반대로 지난 3일에는 방송인 홍석천 씨가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도 이렇게 잘 살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서울 용산구청장 출마 의사를 밝혀 이슈가 되기도 했다.

◇ 사실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하고 어디부터 법적으로 제한해야 하는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논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 일 것이다. 어떤 이는 ‘A'를 기준이라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이는 ‘B'가 올바른 잣대라 말한다. 수많은 생각이 공존하다보니 이렇듯 분쟁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다못해 가장 친한 친구 사이라 할지라도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는데 수백, 수천만 명이 합을 맞추기란 얼마나 어렵겠는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차별받고 억압받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성애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모든 동성애자들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르 귄이 쓴 소설 「바람의 열두 방향」에 나오는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는 행복한 도시 오멜라스가 나온다. 오멜라스는 왕도 노예도 없는, 모두가 행복한 도시이다. 그러나 오멜라스의 행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한 아이의 불행이다.

오멜라스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공공건물 지하실에는 창문조차 없는 방이 하나 있는데, 그 방에는 한 아이가 비참한 삶을 연명하고 있다. 오멜라스 사람들의 행복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 아이의 불행이 전제돼야 한다. 만약 누구라도 이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위로한다면 오멜라스의 모든 풍요, 아름다움 그리고 기쁨은 파괴된다.

◇ 이 조건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죄 없는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동성애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유에 의해 동성애를 반대한다 할지라도 타인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동성결혼 합법화는 한국 정서상 아직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필자 역시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확답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되묻고 싶다. 정녕 그들이 당신의 행복을 빼앗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오히려 당신의 신념이 다른 사람의 행복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말이다.

<泰>

 

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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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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