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통닭거리
수원 통닭거리
  • 이상윤·설태인 기자
  • 승인 2017.09.06 14:51
  • 호수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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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드냐 양념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1970년, 사람의 나이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이 머지않은 이 거리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통닭거리이다. 큰 가마솥에 기름을 붓고 튀기는 것이 통닭거리의 전통으로,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다른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거리는 푸짐한 양과 한 마리 평균 1만5천 원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여전히 손님들로 붐빈다. 시중의 프랜차이즈 치킨 말고 다른 맛이 생각나는 오늘이라면, 구수한 통닭 향이 은은하게 퍼진 수원 통닭거리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태인 내 코가 반응하고 있어! 머지않은 곳에 통닭거리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상윤 오! 저기 봐. 전봇대 위에 황금색을 띈 닭과 계란 형상의 구조물이 있어. 너무 쉽게 찾아서 잘못온 줄 알았는데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

태인 맞아. 팔달문에서 도보로 5분정도 걸렸네. 그것보다 지금 이 냄새 더 이상 참지 못 하겠어! 서두르자.

상윤 좋아, 사실 나도 배고파서 빨리 먹고 싶었거든. 당연히 메뉴는 후라이드로 먹을 거지?

태인 후라이드? 통닭 한두 번 먹니. 아마추어같이 왜 그래. 무조건 양념통닭이지!

상윤 ‘Simple is the best’라는 말이 괜히 있는지 알아? 통닭에 무슨 양념이야. 그 고유의 황금빛 때깔을 없애려하다니! 양보할 수 없어.

태인 그래 포기. 시간이 벌써 오후 6시니 이쯤에서 양념반후라이드반으로 합의보자.

상윤 와! 이게 한 마리라니 양이 정말 많아. 게다가 닭똥집 튀김도 같이 나오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네.

▲ 양념후라이드 통닭

태인 심지어 너무 맛있어. 특히 이 닭똥집! 튀김옷도 얇고 고소한 것이 씹을수록 감칠맛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 닭똥집만 따로 팔아도 사먹을 정도로 맛있어.

상윤 후라이드도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살들이 잘 어우러져 굉장한 맛이야! 한입 베어 먹으면 혀를 통해 전해지는 이 담백한 맛을 잊기 힘들 거야.

태인 후라이드를 이야기하면서 양념은 왜 먹고 있어. 실제로 먹어보니 양념 통닭이 더 맛있지? 약간 매콤하고 달달한 맛이 하모니를 이루는 양념 소스는 마치 닭뼈 속 세포에도 스며들어 통닭과 양념이 애초에 하나였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상윤 솔직히 말해서 후라이드와 견줄 만큼 맛있다는 것은 인정하겠어. 하지만 갓 튀긴 후라이드에 같이 제공되는 달짝지근한 겨자소스를 곁들여 먹는 맛은 양념 통닭으로 느낄 수 없지.

태인 벌써 먹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났나 봐. 주인아주머니가 7시쯤 사람들이 가장 많다더니 어느새 가게 전체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

상윤 그럼 우리도 슬슬 통닭거리의 또 다른 명물, 가마솥 통닭을 먹어야 하니 일어나볼까?

태인 둘이서 한 마리밖에 먹지 않았는데 이렇게 배가 부르다니, 이 거리에는 ‘1인 1닭’이라는 개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상윤 그럼 통닭거리 바로 앞에 있는 수원천을 따라 걸으면서 소화를 시키자. 또는 야경이 뛰어난 화성 성벽을 따라 거니는 것도 괜찮아.

태인 좋아! 강변과 화성을 모두 걸어도 배가 진정되지 않을 것 같아. 푸짐하고 맛있는 통닭과 소화시키기에 안성맞춤인 산책로가 있는 통닭거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겠는걸.

상윤 100m 남짓한 작은 골목에 통닭 가게만 11곳이 있다고 하니 올 때마다 골라 먹는 재미도 있을 거야.

태인 통닭거리에 대해 얘기하니깐 벌써 가마솥 통닭을 먹고 싶은 걸. 큰 가마솥에 기름을 붓고 닭을 통째로 튀기는 것으로 유명한 가마솥 통닭은 1970년부터 통닭거리를 지켜온 대표 메뉴래.

상윤 주류와 음료를 제외하면 가마솥 통닭, 한 가지 메뉴밖에 없는 것만 봐도 가마솥 통닭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성을 느낄 수 있어.

태인 맞아! 가마솥에 통째로 튀긴 통닭과 닭똥집을 바로 가져다주니 바삭함이 식감을 살려줘. 또 바삭한 닭 껍질에 정량의 소금으로 간이 돼 있어 적당히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야.

상윤 다른 통닭과 달리 튀긴 후에 테이블에서 가위로 직접 잘라주는데 가위질을 할 때마다 바삭바삭 소리가 청각을 자극해서 더 맛있게 느껴져.

태인 처음 먹었던 통닭과는 또 다른 매력과 맛에 빠져 배부른 것도 잊고 먹었어. 1마리에 1만5천 원가량으로 이렇게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닭이 또 있을까.

이상윤·설태인 기자
이상윤·설태인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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