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족발거리
장충동 족발거리
  • 양민석·이준혁 기자
  • 승인 2017.09.19 12:00
  • 호수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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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족발의 진가와 매운 족발의 끝판을 함께 느껴보라
▲ 일러스트 채은빈 기자

담백하고 쫄깃한 맛으로 대표되는 국민 야식인 족발의 역사는 1964년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동에서 시작됐다. 한국전쟁 때 평안도에서 장충동으로 피난 온 할머니는 고향의 음식, 족발을 그리워하며 최초의 족발음식점을 차렸다. 당시 장충동에 찾아온 손님들은 새로운 음식 족발에 대한 입소문을 전국에 퍼트렸고 그 여파에 오늘날 여전히 손님들이 북적이는 족발거리가 형성됐다. 반백년의 세월이 흐르는 족발의 원류에 오늘의 식사를 맡기고 싶다면, 장충동 족발 거리로 떠나보자!

 

민석 : 여기 동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족발거리가 눈에 띌 거야. TV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원조 족발을 실제로 먹을 수 있다니 벌써부터 기대되는걸?

준혁 : 족발의 본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거리에 족발집이 즐비하네. 자기 음식점이 최고라고 하는 족발집 간판들을 보니 메뉴를 고를 때 행복한 고민이 찾아올 것 같아.

민석 : 정말이야. ‘원조 1호’, ‘원조의 원조’ 등 비슷한 이름의 간판들을 봐. 도대체 누가 족발의 원조일까?

준혁 : 그건 그렇고, 갑자기 매운 족발이 당겨! 매콤한 족발을 씹고 뜯고 맛보며 개강 후에 쌓인 스트레스를 확 날리고 싶은걸.

민석 : 그래도 이왕 장충동 거리까지 왔으니까 원조 족발을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

준혁 : 그래. 그럼 일단 원조 족발집에 가고 나서 차후를 생각해보자. 어느 집이 진짜 원조였더라. 아! 저 음식점 좀 봐! 만화 <식객>에 나온 족발집이야.

민석 : 역시 원조만의 포스가 느껴져! 음식점 안이 50여 년 전 옛날 모습 그대로야. 메뉴, 인테리어, 그릇 등 옛날 영화의 장면을 보는 듯해.

준혁 : 족발은 새우젓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지. 와. 새우젓이 생각보다 매콤한데? 맛이 독특해.

민석 : 깊은 된장의 향기를 지닌 쌈장도 범상치 않아. 쌈 하나에 쌈장을 바른 족발 두 점 그리고 마늘까지 올려서 먹으니 금상첨화야.

준혁 : 족발을 천천히 씹어 먹어봤는데 여기서 원조의 진가가 나오네. 살은 굉장히 담백하고, 돼지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민석 : 잘 먹었어. 든든하다. 그런데 아직 뭔가 부족해. 다음 메뉴로 매운 족발을 먹으라는 신호가 자꾸 들어오는데?

준혁 : 바로 먹는 것은 무리야. 열심히 운동하는 위도 쉬는 시간이 있어야지.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장충단 공원에 가서 산책하자.

민석 : 무궁화와 소나무가 심어진 한 폭의 풍경화 속을 걷는 듯해. 마음이 편안해져. 을미사변 때 목숨을 잃은 대신들과 병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사당도 있네. 한국 국민으로서 감회가 새로운걸.

 

▲ 매운 족발

준혁 : 자. 소화도 시켰겠다. 이제 매운 족발집에 가볼까? 사람들이 여기 족발이 그렇게 맵대. 이럴 줄 알고 내가 유산균 과일 향 음료를 미리 사 왔어.

민석 : 오! 고마워. 혀를 자극하는 캡사이신의 공격에 지치지 않고 거뜬하게 매운맛을 즐길 수 있겠어.

준혁 : 이제 준비도 마쳤겠다, 매운 족발을 한 번 먹어볼까?

민석 : 저 새빨간 빛깔을 봐. 캐러멜과 인공색소 등 해로운 조미료가 들어있지 않아 건강한 매운맛을 보여주는 것 같아.

준혁 : 고기에 숯불 향이 가득해! 매운맛처럼 강한 불에 족발을 구웠나봐. 헤어 나올 수 없는 감칠맛을 느낄 수 있어.

민석 : 족발 위에 뿌려진 고추씨의 맵싸한 기운이 온 입안에 퍼져. 와. 그 타오르는 기운이 가슴까지 내려와. 과연 족발의 끝판왕이야!

양민석·이준혁 기자
양민석·이준혁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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