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폐지 논란을 지켜보며…

박정규(교양학부) 교수l승인2017.09.19l수정2017.09.19 14:55l1431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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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엽기적인 범죄 행각으로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이 터진 데 이어, 보다 최근에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참혹함으로 인해 지금의 ‘소년법’으로는 더 이상 이를 막을 수가 없으니 소년법을 폐지하고 성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청소년 범죄자의 형을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는 소년법 외에도 ‘특정 강력 범죄 처벌법’ 조항이 맞물리면서, 초등생 살해 사건의 주범에게 검찰이 구형할 수 있는 최고형으로 징역 20년이 고작이라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지난 16일 현재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청와대 민원에 27만 명 이상이 동의 의견을 표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접하면서 현재의 소년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타당한 관점이나 아예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소년법의 허점을 알고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들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의 경우는 사리판단이 부족하여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훌륭하게 자기 몫을 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을, 성인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아예 복귀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의견에 대해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신 가족 중 한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해져도 그럴 수 있겠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리라면, 현대사회의 어떤 제도가 과연 완벽할 수가 있어서 모든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상당수의 문제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법망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가 이러한 데 기인한다. 그러므로 소년법의 문제 또한 폐지보다는 개정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 것이다.

명심보감의 천명편에는 “天網恢恢 踈而不漏”라는 구절이 있다. 이 문구를 글자대로 번역하면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 보이나 새지는 않는다”라고 옮길 수 있고, “하늘이 부여한 양심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는 “법이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구성되고 집행돼야 한다”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어 보인다.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을 최소나마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법이라는 기본 전제가 언제까지나 유효한 것이라면,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소년법 문제 또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지혜가 모아져, 피해자나 가해자를 막론하고 억울한 사람들이 가급적 덜 나오도록 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정규(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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