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인 캠퍼스 9. 안견 <몽유도원도>
캔버스 인 캠퍼스 9. 안견 <몽유도원도>
  • 단대신문
  • 승인 2017.09.19 17:06
  • 호수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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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상상력에 의한 장엄하고 신비로운 산수미
▲ 안견, <몽유도원도>, 1447, 38.6X10.2cm, 비단에 엷은 색

조선시대 초기의 대표적인 화가 안견(安堅)의 진작(眞作)으로 여겨지고 있는 그림은 일본의 천리대(天理大學校)가 소장하고 있는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한 점뿐이다. <몽유도원도>가 그려진 유래는 다음과 같다.

세종 29년(1447)음력 4월 20일에 안평대군은 도원을 거니는 꿈을 꿨다. 그는 꿈속에서 박팽년과 함께 아름답고 깊은 골짜기를 서성거리다가 산관야복을 한 사람을 만나 그에게서 “북쪽으로 휘어져 계곡에 들어가면 도원”이라는 말을 듣고는 말을 달려 가보니, 산벼랑이 솟아 있고 나무숲은 빽빽한데 시냇물은 돌고 돌아 굽이굽이 휘어져 흐르며 사람을 홀리는 정경을 보게 됐다.

그 골짜기로 들어가니 탁 트인 넓은 마을이 있었는데, 마을 사방엔 깎아지른 듯한 산이 솟아 있었고 구름과 안개가 자욱했으며, 드넓은 복숭아꽃 숲엔 붉은 노을이 비쳐 떠오르고 대나무 숲과 싸리문이 반쯤 닫힌 초가집엔 무너진 흙담이 보였다. 그곳에 가축은 전혀 보이지 않고 집 앞 시냇물에는 조각배만이 한가로이 물 위를 떠다녀 마치 신선세계와 같았다.

안평대군은 이 꿈속에 도원을 실컷 거닐며 구경하다가 깨어나 안견으로 하여금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했던 것이다. 안평대군의 명을 받은 안견은 이 그림을 3일 만에 완성했다.

세로 38.6cm에 가로 106.2cm의 옆으로 긴 그림인<몽유도원도>는 세련미 넘치는 섬세함과 웅장함, 또한 환상적인 신비감과 시적 깊이감을 격조 높게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걸작이며 세계 최고급의 명화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걸작이다.

안견은 <몽유도원도>에서 일반적인 두루마리 그림에서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게 그리지 않고, 반대로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게 그려놓았다.<몽유도원도>의 왼쪽 아랫부분에 보면 야트막한 야산과 복숭아나무들이 보이는데, 안견은 이곳을 인간이 살고 있는 속세로 생각해 그려놓았고, 그 옆에 전개되어 있는 기이한 바위산들은 도원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의 풍경이다.

이야기 내용상으로 보면 이 그림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가 있다. 화면 왼편의 야상풍경은 속세의 경관이며, 험준한 바위산들이 있는 화면 중간부분은 도원으로 가기 위한 과정의 경관이고, 화면 오른편에 그려진 넓은 산 위의 마을이 도원경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이야기 내용상이 아닌 형식구조상으로 나누어보면, 두 번째 부분의 험준한 바위산 풍경은 가운데로 세차게 흐르는 시냇물을 경계로 해서 다시 두 개의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다. 이렇게 하면 전체 화면은 네 부분의 경관으로 나누어진다. 화면의 왼쪽에서 두 번째 부분의 경관을 보면 바위산 사이로 오솔길이 꼬불꼬불 나 있고, 이 산길은 바위산 중턱에 있는 굴로 연결돼 사라지는데, 사라진 산길은 다시 굴이 나 있는 산 뒤편 오른쪽에 희미하게 그려진 산길로 잠시 이어져 보이다가, 이번에는 세 번째 부분의 경관으로 들어와 기암산에 의해 가리워져 다시 폭포 옆 산길로 이어지면서 도원경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도원경에 이르는 길은 화면 왼편 하단에서 시작돼 오른편 상단으로 이어지는 사선(斜線)방향을 취하고 있으며, 이 사선의 상승하는 방향을 따라서 화면의 눈높이도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변화돼 오른편의 도원경에 이르면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형국의 부감법(俯瞰法)적 시각이 적용돼 답답하지 않고 탁 트인 넓은 도원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안견이 이와 같이 한 화면에서 다양한 눈높이의 경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기암산으로 둘러싸인 도원을 드넓게 보이게 하기 위한 회화적 배려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변화되는 눈높이에 따르는 확장된 공간처리 방법은 기기묘묘한 바위산들의 험준하고 다양한 형상과 어울려 환상적인 웅장함과 신비로운 생동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안견의 그림에서 보는 도원은 고요한 시냇물이 있고 빈 배가 한 척이 적막하게 떠 있으며, 도원의 먼 곳에는 안개가 가득 차 흐르고 안개 위로 복숭아 꽃 나뭇가지들이 빛을 발하며 떠 있는 듯 그려진 가운데 정적에 싸인 집들이 몇 채 도원 멀리 보이는 시적인 정경이다. 전체 화면의 색감은 은은한 중간 톤의 먹색을 중심으로 해서 군데군데 농담의 변화를 주어 먹을 칠하고 있으며, 도원의 복숭아꽃은 붉은색과 연분홍색으로 칠해져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다.

안견이<몽유도원도>에서 쓰고 있는 필선은 매우 섬세하고 정치하며, 변화무쌍하고 유려해 선의 흐름만으로도 우리에게 깊은 미적 쾌감을 주고 있는데, 이것은 인쇄된 사진 상태의 그림만 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몽유도원도>의 원화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품격이다.

현재<몽유도원도>는 2개의 상․하 두루마리로 돼 있는데, 상권의 첫머리에는 ‘몽유도원도’라고 안평대군이 쓴 표제가 있고, 이어서 안평대군이 몽유도원도가 완성된 지 3년 지나서 쓴 시문이 있으며, 이 시문 다음에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가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림에 이어서 안평대군의 발문이 씌어 있고 신숙주, 이개, 하연, 송처관, 김담, 고득종, 강성덕, 정인지, 박연이 지은 찬시가 순서대로 이어져 표구돼 있다. 하권에는 김종서, 이적, 최항, 박팽년, 윤자운, 이예, 이현로, 서거정, 성삼문, 김수온, 만우, 최수 등의 찬시가 실려 있어<몽유도원도>권은 시(詩)․서(書)․

 

임두빈(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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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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