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의 애니인사이드 <11> <철완 아톰>, 인간을 뛰어넘은 로봇
글그림의 애니인사이드 <11> <철완 아톰>, 인간을 뛰어넘은 로봇
  • 단대신문
  • 승인 2017.09.26 12:18
  • 호수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철완 아톰>의 주인공 아톰

21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애플의 Siri, 삼성의 Bixby, MS의 코타나 같은 인공지능 비서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어떤 미래를 가져오게 될까요? 우리는 많은 공상과학 작품에서 그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인류가 지배당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보여줍니다. 반면 로봇과 인간이 공존을 추구하며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하는 미래를 그린 작품도 있습니다.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이 바로 그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 아톰. 아톰의 탄생 배경은 시리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부 장관 텐마 박사가 사고로 죽은 아들을 대신하기 위해 아톰을 만들어냈다는 설정은 모두 같습니다. 로봇인 아톰이 죽은 아들과는 결국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한 텐마 박사에 의해 버려지는 것까지도 말이죠. 데즈카 오사무 초기작 특유의 냉소적인 분위기가 살아있던 원작 만화에서는 텐마 박사가 아톰을 서커스단에 팔아버리기도 했습니다.

아톰의 창조주인 텐마 박사는 인공지능 로봇을 사실상 홀로 완성했다고 여겨질 정도의 천재였습니다. 그런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로봇인 아톰은 10만 마력의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물론이며 사람과 같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런 아톰이기에 ‘자신의 창조주로부터 버려지는 경험’은 너무나 큰 상처로 남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아톰을 따뜻한 마음으로 거두어 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텐마 박사의 후임으로 과학부 장관이 된 오챠노미즈 박사였습니다.

오챠노미즈 박사는 “사람과 똑같은 마음을 가진 아톰이 인간과 로봇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미래를 열 것이다”라는 생각을 품고 아톰을 대했습니다. 실제 인간 아이를 양육하듯 아톰과 놀아주고 또래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학교까지 보내주었죠. 그러나 동료 과학자의 싸늘한 시선은 물론 로봇을 대하는 사회의 인식 또한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 아톰을 실제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오챠노미즈 박사와 그를 외면하는 동료 과학자들

그런 과정을 통해 아톰의 인간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아톰은 문제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지능을 가진 로봇의 존재를 극렬히 반대하는 사람들까지도 망설임 없이 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인간적이고 편협한 인간들을 누구보다 인간적인 로봇이 돕는다.’ 아톰의 작가 데즈카 오사무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누구보다 인간다운 마음을 가진 아톰과 인간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대비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진정한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의식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아톰>은 인기 만화가 되었고, 만화·애니메이션 업계에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거대한 발자국을 남겼습니다.“일본에서 진짜 로봇은 철완 아톰 하나뿐이야.” <기동전사건담> 시리즈의 감독인 토미노 요시유키가 이런 말을 남길 정도로 말이죠.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없이 리메이크된 아톰은 긴 세월에 걸쳐 많은 창작자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 됐습니다.

아톰은 지금까지 세 번씩이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2017년에는 텐마 박사와 오챠노미즈 박사의 대학생 시절을 다룬 프리퀄 <아톰 더 비기닝>이 애니메이션화 됐습니다. 이렇듯 정말 많은 작품이 아톰의 영향을 받고 아톰을 재해석했지만 그중에서도 아톰을 가장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 작품이라고 칭송받는 한 만화가 있습니다.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그린 <PLUTO>가 그것입니다.

<PLUTO>는 원작 아톰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지상 최강의 로봇’ 편을 토대로 그려진 만화입니다. “아톰을 포함해서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7대 로봇들이 수수께끼의 존재에게 습격받는다”라는 기본적인 플롯과 등장인물은 원작과 일치하지만 세부적인 스토리는 매우 다르게 각색됐습니다. <PLUTO>는 작품 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서도 원작 특유의 만화적인 그림체와 캐릭터 디자인을 자신의 스타일로 멋지게 각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로봇, 아직은 먼 미래의 일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데즈카 오사무는 이미 50년 전부터 자신의 만화를 통해 그 미래를 꿈꿔왔습니다. 그리고 그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사람이 같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데즈카 오사무는 자신의 만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을 겁니다. 죽기 직전까지도 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유언마저도 “일하게 해줘”였으니까요. 그런 그가 아톰을 통해서 진정으로 전하고 싶었던 말, 그것은 먼 미래에도 인간이 인간성을 잃지 않는 따뜻한 세계가 됐으면 하는 소망이 아니었을까요? 인간성을 지닌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오히려 인간 스스로가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걸지도 모릅니다.

단대신문
단대신문 다른기사 보기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