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지역인재 할당제

생존을 놓고 부딪히는 을과 을 김한길 기자l승인2017.09.26l수정2017.11.27 14:36l1432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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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파이낸셜뉴스

● [View 1] 서울 소재 대학생

공공기관 직원 신규 채용 때 지역 인재를 30% 이상 뽑도록 한다니….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린가.

좋은 회사에 취직하자는 일념 하나로 남들 다 놀 때 혼자 미친 듯이 공부했다. 서울권 대학을 다닌다는 것 자체가 특혜니까 지방대생들한테 혜택을 주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이건 노력한 사람이 손해 보는 역차별이다.

백번 양보해서 서울권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취업에 유리하니까 지방대생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정책의 취지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나같이 지방에서 공부하다가 서울권 대학에 온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정책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단순히 졸업 대학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서 특혜를 주는 정책 시행 방식엔 동의할 수 없다.

학벌주의의 부당함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학벌을 이용해 취업특혜를 받을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10% 정도였던 지방 인재 할당률을 갑작스레 30%로 올리는 정부의 정책은 너무나도 급진적이다. 또 앞서 말했듯이 제도의 수혜대상 또한 형평성 있게 선정됐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공정하게 그들과 경쟁하고 싶은 것이지 불리한 입장에서 경쟁할 생각은 없다.

 

● [View 2] 지방 소재 대학생

나는 지방대생이다. 지난 4년간 나에게 대학은 그저 짐이 되는 존재였다. 그래서 더 성실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 결과 학점은 4점대. 어학성적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취업을 빨리할 수도 있겠다고 기대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차 서류전형조차 합격하기 어려웠다.

지방대라는 꼬리표는 늘 나한테 붙어 다녀 청춘을 바친 노력을 아무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왜 사람들은 대학이 20대 중반, 생존이 걸린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좋은 대학에 갔으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수업을 들으니까 그것만 해도 엄청난 혜택 아닌가?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인재 할당제는 나 같은 지방대생들에겐 어둠 속 한 줄기 빛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지역인재 할당제가 역차별이라고 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한국에선 서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보는 혜택이 얼마나 많은가? 각종 어학 및 자격증 학원만 해도 모두 서울에 있다. 암묵적으로 가해지는 차별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 소재 학생과 우리는 입사 지원의 기회가 똑같이 주어진다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에서 불리하다. 형식상으로만 공정한 경쟁이지 실은 불공정한 것이 아닌가.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지역인재 할당제

공공기관 지역 인재 채용은 수도권 집중과 지역경제 침체 등으로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전까지 지역인재 채용제도는 권고 사항일 뿐이어서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곳은 없었고, 지역인재를 형식적으로 채용하는 수준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들어 파격적인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를 내놓았다. 혁신지도시 이전 공공기관 신규채용 시 30% 이상 지역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교육부는 지난 19일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방안인 ‘지역인재 채용 목표제'를 국무회의에 보고한 상태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의하면 ‘지역인재 할당제’의 취지에 얼마나 공감하는가에 대한 답변으로 ‘약간 공감한다'가 40.6%로 가장 높았으며, ‘아주 공감한다(26.1%)',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21.6%),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11.6%)' 순으로 집계됐다. 대학별로는 지방 사립 대학교와 지방 국립대학교 출신 응답자의 공감이 각각 80%, 70%로 높았던 반면에 서울 소재 대학교(52%)와 수도권 소재 대학교(67%) 출신자들은 지역 할당제에 상대적으로 적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까지 지역인재 배당률을 30%까지 올린다고 정부가 발표한 이 시점에서 지역인재 할당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취업은 절차에 있어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만큼 정부가 정책의 당사자인 서울·지방 소재 대학생들의 이해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한길 기자  onlyoneway@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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