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변(通變)의 지혜를 모으자

.l승인2017.09.26l1432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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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후 힘차게 달려온 지 한 달, 이제 곧 한가위다. 들판엔 오곡이 익어가고 친지를 만날 생각에 들뜨기도 하지만 안팎에선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전근대국가에서나 있을법한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고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지난 정권 때 결정된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겠노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처하고 말았다. 경제 역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노믹스와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을 무역보복으로 표출하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시선을 안으로 돌려보더라도 아찔해지기는 매한가지다. 대학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학령인구의 감소가 현실인 이상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내해야 하리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그 희생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당장은 학문단위의 재조정과 불요불급한 지출을 없애는 것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거나 마른 수건 짜내듯 하는 방법만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몸집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무리한 구조조정은 학내 구성원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종국에는 학교의 역량까지도 무너뜨릴 뿐이다. 구조의 변화를 감당할 만큼 체질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제한된 여건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쉬울 리 만무하다. 이럴 때일수록 통변(通變)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시대의 변화와 사회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면서도 전통적 역할과 가치를 잃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우리 대학이 어떻게 기여했는지 돌아보고, 우리 대학이 지닌 장점을 바탕으로 이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눈앞의 위기를 피해가려고 하거나 유행을 뒤좇는 방식으로는 결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파열음을 최소화하고 역량을 결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구조조정의 여파 속에서 교육과 연구 역량이 저하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2017년 8월 대학정보공시 결과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재학생 충원율, 중도탈락 학생 비율, 장학금 지급률 등 몇 가지 지표만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연구 관련 지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 인프라를 유지하고 연구역량이 뛰어난 교원들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여 연구의욕을 북돋고 후진을 육성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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