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역 파전골목
회기역 파전골목
  • 김한길 기자·이병찬 수습기자
  • 승인 2017.11.14 11:36
  • 호수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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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분위기를 가진 ‘회기역 파전골목’
▲ 회기역 파전골목 약도 (일러스트 장혜지 기자)
▲ 노릇노릇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회기역 파전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파전의 유혹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쌀쌀해진 가을바람을 헤치고 먹는 뜨거운 파전이라면 입천장이 데이는 고통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사람은 모로 가도 서울로, 파전은 모로 가도 40년 전통 회기역 파전 골목이다. 회기역 1번 출구에서 길을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면 고소한 기름 냄새가 ‘여기 회기역 파전 골목 있다’며 손짓한다. 1970년대 시국을 논하던 젊은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울 수 있던 회기역 파전 골목. 아직 그때 그 시절 정취가 남아있는 회기역 파전 골목으로 가보자.

 

한길 : 이것 봐. 골목 양옆으로 열 곳이 넘는 파전 가게들이 빽빽하게 있어!

병찬 : 회기역 파전 골목은 단순히 가게만 많은 것이 아니야. 요즘은 가맹점들이 많아서 어딜 가서 먹어도 그 맛이 그 맛인데 회기역 파전 골목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골목이라 가게마다 특색이 있다고 해.

한길 : 아하! 그렇다면 어떤 가게를 들어갈지 정말 고민 되는걸?

병찬 : 어디로 갈지 모를 땐 가장 유명한 곳을 가는 것이 인생의 진리지. 이 골목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가게로 가보자. 1층은 벌써 사람들로 가득 차서 시끌시끌해!

한길 : 이곳은 세트로 파전을 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야! 단돈 1만9천 원에 파전, 떡볶이, 콘치즈, 어묵탕을 세트로 즐길 수 있어!

병찬 : 1970년대 지갑이 얇은 대학생들이 회기 골목을 찾았다는데, 이 가게는 그 때의 정서를 충실히 이어오고 있는 가게인 것 같아.

한길 : 떠들고 있는 사이에 파전이 나왔네. 근데 이 우람한 크기. 두툼한 두께. 이런 파전은 살면서 본적이 없어!

병찬 : 회기역 파전은 다른 파전보다 튀김가루를 배로 더 많이 써서 튀김옷이 두꺼운 것이 특징이야. 그래서 돈가스 파전이라고도 불리지. 어, 내가 말하고 있는데 먼저 먹어 버리면 어떡해!

한길 : 우와! 돈가스 파전이란 말이 딱 맞는다. 돈가스 튀김옷처럼 두껍지만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야. 게다가 씹을수록 나오는 고소한 맛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야.

병찬 : 근데 여긴 시끄러운 것이 흠이다. 친구들과 소소하게 이야기를 할 순 없을 것 같아.

한길 : 그렇다면 다른 가게로 가볼까? 회기역 파전 골목은 앞서 말했듯이 같은 파전을 판다고 하더라도 가게마다 분위기가 천지 차이야.

병찬 : 난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가게로 가야겠어. 이거 봐. 이 가게는 낙서들로 벽 옆면이 빼곡히 채워져 있네.

한길 : 낙서를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여기에 낙서한 연인들 지금도 잘 만나고 있을까?

병찬 : 김영하 소설가가 “벽처럼 사랑이 단단하다면 왜 굳이 낙서를 해서 사랑을 확인하려 하겠느냐”고 말했어. 판단은 너의 몫이야!

한길 : 그렇구나. 낙서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주문한 파전과 곱창전골이 나왔어!

병찬 : 파전도 파전이지만 곱창전골 좀 봐! 이렇게 양이 많은데 8천 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한길 : 이 가게의 숨겨진 주인공은 곱창전골이라는 소문이 있어. 치킨을 먹는 것 같은 바삭바삭한 파전에 매콤한 곱창전골 특유의 국물을 적셔서 먹으면 끝내주지!

병찬 : 게다가 파전 속 오징어와 쫄깃쫄깃한 곱창은 정말 환상의 조합이야.

한길 : 정신없이 먹다 보니 벌써 10시가 넘었네. 하지만 회기 파전 골목만의 장점은 대부분 가게들의 영업 마감 시간이 새벽 5시라는 거야. 막차와 첫차를 모두 탈 수 있는 이곳은 대학생에겐 낙원과 같은 곳이지. 오늘 막차를 타게 될지 첫차를 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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