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빛·소리·풍경 - 고즈넉한 가을 저녁, 역사와 함께하는 산책
<전시회>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빛·소리·풍경 - 고즈넉한 가을 저녁, 역사와 함께하는 산책
  • 이정숙 기자
  • 승인 2017.11.14 12:37
  • 호수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人 문화in 144

가을 밤, 환한 달빛 아래 펼쳐진 궁궐의 모습은 무엇보다 아름답다. 우아한 곡선으로 그린 처마와 그 아래 곧게 허리를 편 기둥, 세월이 품은 덕수궁의 매력은 짙은 어둠 속에서도 좀처럼 숨겨지지 않는다. 달빛 그윽한 밤 사랑하는 연인에게, 혹은 소중한 가족에게 덕수궁이 주는 아름다움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 가을이 물든 석조전의 전경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맞아 기획된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빛·소리·풍경’은 지난 2012년 이후로 처음 진행되는 야외 전시로, 궁을 찾아 온 이에게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모든 전시작품이 오로지 ‘덕수궁의 밤’이라는 주제에 맞춰 기획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시에 참여한 9명의 작가는 덕수궁을 훑고 지나간 가슴 시린 이야기를 상징적인 공간에 녹여냈다.

정전에서 시작하는 전시는 보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첫 번째 작품 ‘온돌야화(溫突夜話)’는 덕수궁을 둘러싼 과거와 현재를 조명함으로써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흩어진 파편을 표현한다. 구한말 조선을 바라본 제3자의 시선은 어땠을까. 사방이 가로막힌 어두운 내부에 놓인 조선은 어쩐지 쓸쓸하기까지 하다.

또 다른 작품 ‘프리즘 효과’는 각기 다른 프리즘으로 바라본 고종과 덕혜옹주를 묘사하며, 대한제국의 아픈 역사를 비교적 객관화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서양 열강의 눈치를 보던 대한제국, 그 중심에 서 있던 그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위로할 수 있다.

고종의 침실, 함녕전에 설치된 ‘Insomnia (불면증)’는 그가 맞이한 대한제국의 운명을 그대로 형상화 한다. 한 쪽 벽에는 불꽃놀이를, 맞은편에는 핵폭발의 한 장면을 그려냄으로써 그가 꿈꿨던 이상이 현실 속에서 구현되지 못했음을 표현한다. 마치 고종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무력감과 대한제국이 맞이한 허망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 오재우 '몽중몽'

9명의 작가의 각기 다른 고민으로 빚어 낸 다양한 예술작품은 역사책 너머의 덕수궁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사와 예술을 품은 가을의 덕수궁. 돌아오는 주말에는 덕수궁에 들려 가을 밤의 정취를 만끽해보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는 29일까지, 무료(덕수궁입장권 소지자에 한함).

이정숙 기자
이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silentle2@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