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비밀

법리와 권리 사이의 간극 단대신문l승인2017.11.14l수정2018.01.19 14:45l1434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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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와서 많은 토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임신중절은 과거부터 뜨거운 주제였다. 낙태 합법화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크게 분류하자면,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선택권 둘의 대립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임신중절은 과연 합법화되어야 할 필요악인 것일까.

우리나라는 강간이나 근친상간, 산모의 건강, 부모의 유전적 결함의 네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법으로는 낙태금지 국가인 셈이다. 하지만 낙태 건수는 2008년 기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결국, 법과 현실의 간극이 낙태 시술을 하는 산모와 의사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 행위가 암암리에 묵인되는 비정상적인 형태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었다.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산부 최소 4명 중 1명은 낙태시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출생아 수가 43만여 명 수준인데, 복지부와 의료계는 매년 약 18만 건의 낙태 시술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낙태 시술의 절반 가까이 원치 않는 임신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낙태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 나서는 것이 옳냐는 것이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 정부 당국은 불법 낙태 시술이 암행되고 있는 상황을 단순히 보기만 할 뿐, 문제의 핵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저출산 극복이라는 논리에 밀려 고유의 권리가 짓밟히고 있다며, 낙태는 여성의 권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성들은 성관계와 임신 및 출산 등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논리다. 낙태 문제는 저출산 대책으로 활용해서도 안 되며, 여성이 신중하게 내린 자기 결정권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생명의 연속성을 논거로 낙태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낙태가 합법이 되면, 여성들이 임신에 대해 가벼운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낙태는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너무 어려운 주제임에 틀림없다. 불법 낙태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공공연한 낙태시술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이 능사일 수는 없다. 결국, 이 간극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이는 페미니즘이나 남성혐오와 결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SNS 등을 통해 양성 대립 구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화살이 자칫 다른 쪽으로 흘러가 핵심 논제를 흐리지 않게 주의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접수되는 국민청원 중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추천한 민원에 대해서는 소관 수석이나 장관이 직접 답변에 나서기로 해, 곧 있을 정부의 현명한 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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