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조언의 경계선
꼰대와 조언의 경계선
  • 서승원 기자
  • 승인 2017.11.14 17:28
  • 호수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꼰대’, 늙은이 또는 선생님을 지칭하는 은어이다. 듣기만 해도 속이 답답해지는
이 단어는 우리의 실생활에도 자주 등장할 만큼 사회 전반에 깊숙이 퍼져있다.
 

오랫동안 남에게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며 명령하는 어른의 대명사였
던 ‘꼰대’. 하지만 몇 년 일찍 입학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입생을 훈계하는 대학 선
배, 신입사원에게 텃세 부리는 회사원, 심지어 어린 혈족에게 잔소리하는 형제자
매까지 이른바 ‘젊은 꼰대’로 불리는 지금, ‘꼰대’의 연령제한은 사라진지 오래다.
 

최근 꼰대의 특징을 재치 있게 정리한 ‘꼰대 육하원칙’이 인터넷에서 많은 네티즌
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Who(내가 누군 줄 알아?), When(내가 너만 했을 땐 말
이야), Where(어딜 감히?), What(네가 뭘 안다고?), How(어떻게 그걸 나에게?),
Why(내가 그걸 왜?).
 

꼰대 육하원칙이 시사하는 꼰대의 모습은 자신이 가진 생각의 절대적 확신에서
기인한다. 남들도 대개 자신처럼 생각한다고 굳게 믿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몸속
깊숙이 뿌리 내린 군상이며, 자신의 오랜 경험으로부터 나온 충고는 듣는 사람에
게 피와 살이 된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듣는 사람에
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충고는 조언이 아닌 ‘꼰대질’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기자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들 중 누군가는 귀중한 대학시절을 기
자 생활로 낭비 할 것이냐며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라고 참견했었고, 인
터뷰를 위해 누군가에게 ‘내가 너만 했을 땐 말이야’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가만
히 듣고만 있어야 했다. 달갑지 않은 조언을 들을 때마다 기자는 그저 웃을 뿐 싫
은 내색을 드러낼 수 없었다. 호의적인 의도로 건넨 충고일지라도 기자가 받아들
인 충고는 조언의 의미를 상실한 잔소리에 불과했다.
 

만약 누군가 불만을 드러내거나 불편한 충고를 하더라도 논리적인 근거에 기초
했다면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논거 없이 단순히 자기
중심적 사고에 기인한 충고를 강요한다면 논의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꼰대와 조언의 경계는 충고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있다.
 

옛말에 개똥도 약으로 쓰려면 없다고 했던가. 조언이 절실히 필요한 입장에서 듣
는 충고는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보약이 되지만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충고는 쓰레기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충고가 조언으로 거듭날지, 한낱 꼰대질
로 전락할지는 꼰대와 조언의 경계선에 달렸다.

서승원 기자
서승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w7701@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