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언 유튜브 크리에이터 : 작은 밭에서 열린 가장 촌(村)스러운 방송
오창언 유튜브 크리에이터 : 작은 밭에서 열린 가장 촌(村)스러운 방송
  • 서승원 기자
  • 승인 2017.11.14 17:34
  • 호수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오창언(23) 씨

Prologue
음식 먹는 방송을 칭하는 ‘먹방’, 게임하는 방송을 칭하는 ‘겜방’, 요리하는 방송을
칭하는 ‘쿡방’까지. 오늘날 유튜브에는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방송 채널들이 운
영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이용자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독특한 콘텐츠로 시청자
를 사로잡는 다양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사짓는 방송, ‘농방’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여기 한국 최초로 유
튜브 농사 방송에 도전한 이가 있다. 바로 농사 방송 채널 ‘버라이어티 파머’를 운
영 중인 중인 청년 농부 오창언(23) 씨. 앳되지만 강단 있는 오 씨를 지난달 22일
강원도 인제에서 만났다.
 

▶ 어린 시절부터 농사를 지었다고 들었다. 언제부터 농부의 삶을 꿈꿨나.
어렸을 때부터 농부를 꿈꾸진 않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농사를 지으시던 부모님
을 돕기 위해 매일 학교를 마친 뒤 밭에 나가 일하는 순진한 아이였을 뿐이다. 책
상에 앉아 펜을 잡는 것보다 밭에서 잡초를 뽑거나 거름을 주는 일이 더 익숙했
고, 자연스레 내가 가장 관심 있고 많이 아는 농업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교에 들어갔다. 학교생활은 어땠나.
대학에서 농업, 목축업, 임업, 어업 등의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가진 다양한 사람
을 만날 수 있었다. 여러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과 지내다보니 내가 알고 있는 지
식에 다양한 지식이 더해져 농업 관련 견문을 넓히는 계기도 됐다.
 

▶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2학년 때부터 다양한 지역에 농사 실습을 나갔는데 농사일이 너무 고돼 술 없이
는 잠도 못자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농부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지 알겠더라. 마
음을 다잡기 위해 농업관련 창업대회, 아이디어 대회 등에 활발히 참가했는데
‘2016년도 6차 산업 아이디어 대회’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방학 때는 농산물의 유
통 흐름을 배우고 각지 특산물에 익숙해지기 위해 전국 농산물이 모이는 잠실 가
락시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은 지는 얼마나 됐나.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기에 내가 원하는 작물을 재배할 수 없었
다. 그런 아쉬움 때문에 대학 졸업 후에는 나 혼자 밭을 가꾸고 싶었다. 부모님에
게서 독립해 나만의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이다.

 

▶ 주로 어떤 품종을 재배하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200평가량의 밭에서 ‘아피오스’라고 불리는 인디언감자와 초당옥수수,
고추 그리고 호박을 재배하고 있다. 내년에는 밭의 규모를 늘려 사과나 배 등의
과수를 심을 예정이다.
 

▶ 농작물 재배뿐 아니라 다른 할 일도 많을 것 같다.
농촌에선 사계절 내내 할 일이 많다. 여름에는 냇가에서 쏘가리를 잡고, 가을에
는 자연산 송이를 채취하며 한겨울의 멧돼지 사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멧돼지
들은 겨울에 먹이가 없으면 민가로 내려와 사람들을 위협하기에 종종 사냥개들
을 풀어 사냥을 나간다. 물론 사냥을 나서기 위해선 유해동물 사냥용 총기를 허
가받고 유해동물 포획단 자격을 부여받아야 한다. 한겨울에 산을 샅샅이 뒤져 잡
은 멧돼지로 만든 바베큐의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 농촌 생활만 해도 바쁠 텐데 유튜브 방송까지 하고 있다.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정성스레 키운 농산물의 질은 우수한데 제 값을 받지 못해 매번 밭을 갈아엎는
농부들이 많다. 이처럼 농산물이 천대받는 것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국산 농산물에 관심을 보일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이때 떠올린 방
법이 바로 남녀노소 모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농촌 생활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예능처럼 재미있게 농촌 생활을 소개한다면 사람들이 농업의 가
치를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방송을 시작했다.
 

▶ 유튜브 방송 채널 이름을 ‘버라이어티 파머’라고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다양함과 각양각색이란 뜻을 가진 버라이어티라는 단어를 통해 농촌에서 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모습과 농부의 다양한 일상을 사람들에게 소개하자는 포부를
담았다. 버라이어티에는 품종이란 뜻도 있기에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는 농부’라
는 의미도 있다.
 

▶ 방송을 통해 농사뿐 아니라 농촌생활에 대한 다양한 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농업으로부터 나오고, 조그마한 화분을 키우는 일 또한 농업
에 속한다. 알고 보면 농업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친
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또 농촌생활은 따분하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이는 사람
들이 농촌의 단편적인 면만 봐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자
농사와 더불어 농촌 생활의 전반적인 모습을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씨앗을 뿌리는 과정부터 수확하는 과정까지 모두 영상에 담고 있다. 구독자들은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이라며 판매를 요청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많
이 팔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재배부터 수확, 주문, 판매, 배달까지 모든 과정
을 홀로 처리하기에 소량만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 구독자도 꾸준히 늘고 응원도
많이 받아 농촌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항상 뿌듯함을 느낀
다.
 

▶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영상 편집이 가장 힘들었다. 사는 곳이 시골이라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았고 편집
기술을 배울 방법이 없어 독학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 편집 할 때는 영상에 자
막을 넣거나 효과를 넣는 기술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자막도 제대로 넣지 못해 아등바등했던 내가 이제는 필요한 특수효과를
찾아 척척 넣을 수 있게 됐다.
 

▶ 청년농부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우선은 유튜브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영상을 보면서 농촌 생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농사꾼하면
오창언’ 이라는 말이 공식처럼 떠오를 수 있도록 한국을 대표하는 농부가 되는 것
이다. 또 전국 각지의 농장들을 방문해 농사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내는 것도 생
각 중이다.
 

▶ 농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한다면.
농부는 하고자 하는 마음다짐과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
는 기회의 직종이다. 생명 산업 계열인 농업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1차
산업이므로 앞으로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영역이다. 처음
에 자리 잡기가 힘들뿐 그 과정만 이겨낸다면 누구든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
다. 나 역시도 힘든 과정을 거쳐 왔고,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초록색이다. 농촌과 자연을 상징하는 초록색은 정서적으로 편안한 생각
이 떠오르는 색이다. 누군가 나를 떠올렸을 때 편안함을 느꼈으면 한다. 역시 촌
놈은 초록색 아닌가.
 

▶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가지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라.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인지, 주변사람들에 의해
등 떠밀려 하는 일인지. 힘들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후회가 없다. 나는
농업 관련 현장에 나가 부딪히는 일이 너무 좋았고, 땀 흘리며 수확한 농작물을
볼 때만큼 뿌듯했던 적이 없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어디든지 나가서 부
딪혀보길 바란다.

 

Epilogue
그가 처음에 농사 방송을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다. 너 하나 그런다고
바뀌는 게 있겠냐고, 누가 농사에 관심이나 갖겠냐고. 구독자나 조회 수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원래 농사가 다 그렇듯 묵묵히 가꾸다
보면 어느 새 훌쩍 자라 있을 테니까.
그는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홀로 걸었고 가시밭길이 펼쳐져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손가락질 할 때 그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기자는 그를 비웃었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 보잘것없던 씨앗이, 당신들이 업신여기던 씨앗이
어느새 이만큼이나 자랐다고.

서승원 기자
서승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w7701@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