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약을 먹을 수 있는 용기

기자의 사명 .l승인2017.11.14l143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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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매트릭스’에서 극중 주인공 네오에게 빨간약과 파란약 중 어떤 약을 먹을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다. 여기서 그가 빨간약을 선택한다면 가상의 세계인 매트릭스 밖으로 나와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면하게 될 것이고, 파란약을 택하는 경우에는 평소처럼 환상 속의 거짓된 삶을 실재로 여기며 편안하게 영위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매 순간마다 선택하기를 강요받는다. 작게는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크게는 한 국가의 존폐 운명이 걸린 중대한 결정까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앞에 닥칠 미래는 달라지게 된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인 네오처럼 말이다.

 

◇ 무릇 기자라면 영화 속 네오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빨간약을 택해야 할 것이다.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 일선 핵심존재로서, 공정보도를 실천할 사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라는 직업에는 그 어떤 직종 종사자들보다 투철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반대로 파란약을 택하는 것은 기자로서의 직무유기다. 현실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이를 알리고 바로 잡는 것이 기자의 역할인 것이다. 이를 포기하고 모른 척 하는 것은 진정한 기자이길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런 경우를 놓고 ‘기자’라는 ‘직업’만 가지고 ‘사명’은 버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 하지만 오늘날에는 일부 언론인들이 본인의 안위를 위해, 때론 조직의 안녕을 위해 파란약을 택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뒤에 자리하고 있던 최순실의 존재를 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하나의 이익집단화 된 언론사들. 그리고 이런 횡포에 동조하거나 모른 척한 기자들이 이에 해당 될 것이다.

 

사회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또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언론인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 언론이 바로서야 비로소 권력자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바르게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 마주하기 두렵고 직면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는 많이 일어난다. 이런 현실을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기자로서 진실을 외면하게 하는 면죄부가 되진 못한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 역시 ‘빨간약을 먹기 두려워 파란약을 택하지는 않았나’하는 반성을 해본다.

<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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