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논란에 대한 단상

박정규(교양학부) 교수l승인2017.11.14l수정2017.11.17 16:19l1434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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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헌법재판소에 낙태죄가 위헌인지 확인해 달라는 사건이 접수돼,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 조항을 심리 중이라고 한다. 불과 5년 전 헌법재판소가 찬·반 양론 끝에 내렸던 합헌 결정이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인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2012년 당시 8명의 재판관 중 4명이 위헌 의견을 낼 정도로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섰음에도 불구하고, 1명이 공석이다 보니 위헌 정족수인 6명에 미치지 못하게 되어 합헌 결정이 내려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과 보조를 맞추려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아도, 최근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청와대 민원으로도 접수가 돼, 벌써 24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찬성의 의견을 표시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사실상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낙태죄란 것이 낙태 수술을 시행하는 산부인과와 관련된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임신의 당사자인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그동안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임신 당사자가 애를 낳을 수가 없는 사정이어서 낙태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제약으로 인해 중절 수술을 못 받게 되거나 설사 수술을 받는다 해도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돼 임신 당사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 이는 임신의 잘잘못을 떠나 일의 전후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경우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아무리 거세다고 해도 일부 국가에서의 사례를 좇아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어느 경우에나 중절 수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무조건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1973년에 제정되어 1986년 5월 10일에 개정된 모자보건법에 의해 낙태가 허용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인데, 예컨대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건강상 유해가 되는 경우, 유전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 등에는 임신 중절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 시행되고 있는 모자보건법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는 하다. 이를테면 강간을 증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장애가 있는 엄마가 아이를 낳는 경우는 법적으로 예외 조항을 두고 있어서, 이들 또한 차별이라는 의견 또한 상당히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황이 이와 같다면 이러한 문제는 기존의 모자보건법을 대폭으로 재개정하는 선에서 타협을 하는 편이 바람직해 보인다. 아무리 한 차례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벌써 30년 이상이 지난 상황이고 보면, 작금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현명한 대처가 시급해 보인다.


박정규(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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